<바람이 가는 길을 읽고-오기환 지음>
이글이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날 금방 나온 따끈한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황토색 표지에 저자가 직접 낙관까지 찍어 보낸 정성에 놀랐다.
줄서서 자기 좀 처다봐달라고 아우성대는 다른 책들을 뒤로하고 느낌 좋은 이 책을 잡았다. 도톰한 두께의 이 산문집엔 주인공이 여행하면서 직접 체험한 섬, 세계유적지에 대한 여행담에 얽힌 이야기들이 보물처럼 담겨있다.
주인공은 80년 인생을 바람처럼 살아오면서 길 위에서 쓴 글과 사진을 모아 팔순을 기념해 책을 내놓게 되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거기에다 막내아들과 손자와 같이 찍은 사진을 곁들여서 보는 재미를 더한다.
80세를 맞으며 한 걸음 멈추고 뒤돌아보고 싶었다는 주인공의 글은 오래 익은 장맛맛처럼 깊은 정이 묻어난다. 주인공은 책에서 편안한 길도 있었고, 굽은 길, 사나운 길, 헷갈리는 길이 있었다고 회고한다. 지천명을 살아온 나도 이 시점에서 내가 걸어온 길은 어떤 길이었나 살짝 뒤를 돌아보게된다. 살인적인 무더위는 책을 읽는내내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주인공이 바람처럼 지나왔다는 여행지를 함께 쭉 돌아보게 되었다.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특히 소매물도 여행기는 내 눈을 사로잡았다. ‘발 아래로 옥색바다가 유리를 깔아놓은 것 같다. 하얀땅찔레꽃이, 털머위, 깻까치수염, 갯쑥부쟁이가 군락을 이루는 꽃길을 걷고 초록 길도 지난다’라는 대목도 참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처음 들어보는 야생화를 그 섬에서만 볼 수 있다고하니 나도 그 섬으로 떠나서 신비스러운 야생화를 내 눈에도 넣어보고 싶은 마음을 자극했다.
나의 눈길을 끌었던 구절은 ‘그렇게 한동안 서로를 비벼대다 보면 사납던 바람도 서서히 잦아들게 마련이다. 바다는 다시금 출렁인다. 바람이 자면 바다는 새로운 얼굴이 된다. 혼자 삭여야 하는 외로움이 밀려오면 바람 부는 섬으로 간다’는 대목이었는데 바다가 고향인 내 마음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이어 ‘세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에 들린 이야기도 그곳에 서점을 마치 내가 여행한 듯 생생하다. ‘이 책방은 100년이 넘은 책방이다. 정돈이 안된 듯한 책들, 2층으로 올라가는 낡은 계단과 책을 꺼내기 위한 사다리, 옛날 다방, 출입구 옆 메모판처럼 덕지덕지 붙여놓은 메모들, 앞사람과 어깨를 부딪칠 것 같은 좁은 통로, 여기저기에 놓여있는 의자들...’의 글을 뒷바침하는 사진을 곁들여 읽는 맛을 살려준다.
이 책엔 여행이야기뿐 아니라 여행지정보와 사진이 마음을 뺏길 정도로 훌륭하다. 마음에 꼭꼭 눌러 새겨야 할 교훈적인 내용으로 눈을 사로잡는다. 평생 꼿꼿한 삶을 살아온 주인공의 80년의 풍부한 인생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들이 참 멋스럽다.
독서의 참맛을 일깨워준 책을 읽고나니 정말 보양식을 한 그릇을 먹은 듯 든든하다. 고운 언어표현도 많아서 한여름날 시원한 샘물을 한사발 마신 듯하다. 이 책에서 받은 뜨거운 감동을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고 싶다. 마지막 장을 읽으며 주인공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문구 ‘무심결에 손을 잡았던 어린 수도승의 맑은 눈망울을 지울 수 없다’라는 말을 새겨본다.
<구*선> 귀한 책, 그렇네요. 80세 작가님의 글을 저도 읽어보고 싶어요. 초원님의 눈을 사로잡은 여행지 소매물도 대목에 제 눈도 동그랗게 만들었어요. (친구들과 다녀온 곳인데 추억이 많은 곳입니다.) 그곳의 옥색바다가 그립네요. 초원님이 독후감을 잘 쓰셔서 작가님의 풍부한 감성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해요. 정말 우리 초원님, 글을 참 잘쓰셔요^^ 날로 발전하는 모습이 멋져요^^
<홍*심>영화평도 독서평도 어쩜 이렇게 잘 쓰셨는지...어디서도 보지못한 독서평 잘~정리된 글에 재미나게 읽었어요~할아버지 작가님이시군요~ 존경이 표해지네요^^ 무엇보다도, 독서록을 쓰고 있는 저로선~초원님표 독후감 후기에 완전 뿅~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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