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지◐ 8

2024, 해운대 친구<해군지 12월호>

♡2024. 12/2(화)♡[해운대 친구, 해군지 12월호, 전옥자]  해운대를 언제 가봤더라. 기억을 더듬었다. 얼마전 부산에 살고 있는 동창에게서 전화가 왔다. 친구는 ‘너랑 나랑 생일 이틀 차이인데 우리 집에서 합동 생일 어때? 해운대에서 가요제도 열리는데 올래?.’ 라고 했다. 어떤 핑계라도 만들어야 얼굴을 볼 수 있으니 친구가 이렇게 깜짝 초대를 한 것이다.  들뜬 마음으로 부산행 KTX 특실에 올랐다. 내 좌석은 1인 좌석이었다. 바로 옆 자리엔 아이들이랑 엄마가 타고 있었다. 아이들은 쉴새없이 울고불고, 엄마는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기차 낭만을 오롯이 누리고 싶은 나의 기대는 물 건너갔다. 잠을 청할 수도, 책을 읽을 수도 없었다. 아이들의 칭얼대는 소리만 듣다가 부산역에 도착했다...

◐해군지◐ 2024.12.24

2024, 동해안 한 바퀴<해군지 1월호>

♡2024. 1/ 6(토)♡[동해안 한 바퀴, 해군지 1월호, 전옥자] 경력 인정받아 공채된 직장에서 MK와 인연이 시작됐다. MK는 한 우물만 20년을 파온 경력자라며 우쭐댔다. 경력부터 나보다 한참 아래, 차이 많았지만 MK는 로마법을 들먹거리며 우월감이 대단했다. 참다못해 나는 MK의 삐뚤어진 우월감을 조용히 지적했다. 그러자 MK는 분을 삭이지 못하고 주변을 총동원해 쉼없이 나를 공격했다. 결국 수명이 단축될 것 같은 위협을 느껴 사표를 내고 MK와 인연을 끊었다. 며칠 뒤, 처음부터 내 그런 사정 잘 아는 동료한테 전화가 왔다. ‘여기 강원도 고성 바다예요. 여기로 오실래요?’라고 했다. 매일 분초를 다투며 방송 업무와 씨름하지 않아도 되니 홀가분하게 논스톱 달려 고성에 도착했다. 바다가 한눈에..

◐해군지◐ 2024.01.06

2023, 강원도 고성, 송강 둘레길을 걷다<해군지 2월호>

한참 동안 움츠리기만 했는데 어느새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그해 겨울 ‘송강 둘레길’을 걸었던 추억이 생각난다. 그날 강원도 고성으로 달려가는 창밖 풍경은 파도의 웅장함도 있었고, 한 폭의 그림처럼 예뻤다. 먼저 ‘화진포 해양박물관’에 들렀다. 어류전시관엔 180도 머리 위를 지나는 물고기들, 동물관 입체영상 등 세계적으로 희귀한 수중생물을 감상할 수 있었다. 특히 고성군의 명물인 명태와 돌고래, 고성 대진항, 거진항 어부들의 고기잡이 과정도 살펴볼 수 있었는데 긴 시간 달려간 고단함을 싸악~씻어주기에 충분했다. 해양박물관을 본 후 메밀 국수집을 찾았다. 잘 삶아진 수육과 직접 뽑은 메밀국수 조합은 환상적이었다. 매콤하게 무친 북어양념을 얹은 메밀 국수가 앞에 척~ 놓여지는데 양도 맛도 푸..

◐해군지◐ 2023.02.05

2020, 커피, 해변을 담다<해군지 5월호>

2020년 해군지 5월호 불과 몇 달전만 해도 커피도시 강릉여행을 꿈꾸면서 들떠있었다. 해변에서 바닷바람과 우아하게 마시는 커피가 그리울 때 우리는 강릉 커피도시를 찾았다. 코에 시원한 바닷바람을 담고 해변을 벗삼아 마시는 커피는 일상이 주는 즐거움이었다. 지금은 코로나 19로 인해 그러한 일상들이 올스톱되어 거의 전시상황에 있는 것처럼 느끼다보니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바싹 움츠려들고 있다. 나는 한 두잔, 커피를 꽤 즐기는 편이다. 고단한 일상에서 커피는 세상근심을 잊게한다. 커피의 나라 터키사람들도 왕자의 섬이나 보스포루스 해협에서 삼삼오오 커피를 즐겨마신다. 손님에게 가장 먼저 커피를 대접하고 커피 한 잔에 온가족이 즐거워한다. 하루 시작은 커피향을 맡으며 시작한다. 빈부를 막론하고 누구나 커피..

◐해군지◐ 2020.05.26

2019, 내 생애 영원히 잊지 못할 아름다운 도전<해군지 5월호>

한강을 지날 때마다 그날의 감회에 젖는다. 봄의 기운이 완연했던 2007년 5월 어느 일요일, 강을 헤엄쳐 건너려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당시 나는 한창 수영매력에 빠져 매일 새벽 수영장으로 달려갔다. 그때 수영강사가 “한강 수영대회에 언니 한 번 도전 해볼래요?” 라고 했다. 내 실력으론 어림없다고 했더니 수영강사는 수영장에서 단체로 참가하여 서로 도와줄테니 걱정 말라며 등을 떠밀었다. 수영 경력이 많은 분들은 강이나 바다 수영대회 참가경험도 풍부한데 나는 겨우 실내수영 수준으로 한강 수영이라니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한편으론 한강에서 파란 물살을 가르며 수영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바로 그날 참가접수를 하고 한달간 연습했다. 드디어 그날이 왔다. 눈부신 하늘 아래 알록달록 풍선과 심장..

◐해군지◐ 2019.05.08

2018, 나의 살던 바다는<해군지 2월호>

2018년 2월호 나의 살던 바다는 바다 물빛이 가장 좋은 물치항은 한 폭의 수채화만큼 예쁘다. 어머니의 자상한 다독임이 들어있는 물치항은 지친 어깨를 토닥여준다. 어린시절 바다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다정했던 친구들이 그리워 물치항으로 달려간다. 지칠때 때마다 먼길 마다않고 달려가고 싶은 물치항은 언제나 큰 품을 벌려 나를 반겨준다. 지난주 친구들과 고향 양양 물치항에 여행을 다녀왔다. 설국으로 변해버린 아름다운 설악산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물치항은 큰 품으로 나를 반겨주었다. 물치항은 내가 나서 자란 곳이기도 한데 오랜만에 가보니 추억이 새로웠다. 70년대 고향에서는 김장철이 오면 집집마다 리어커에 배추를 싣고 물치항으로 향했다. 바닷물에 배추를 씻고 숨을 죽이고 김장을 담갔다. 김장은 입동 5일..

◐해군지◐ 2018.02.06

2016, 그때 그바다<해군지 8월호>

2016년 8월호(그 때 그 바다) 그때 그 바다 2007년 12월 7일 충청남도 태안군 앞바다에 기름유출 사고가 났다. 그날은 밤새 비가 촉촉 내렸다. 아침이 되어도 보슬비는 그칠줄 몰랐다. 엄청난 재앙 앞에 하늘이 슬퍼서 비를 뿌리는 것 같았다. 사고후 3주가 지났을 무렵 우리는 자원봉사를 떠날 준비를 했다. 언제부터 마음 먹었는데 뒤늦게 봉사를 떠나는 게 부끄러웠다. 그동안 바다에서 받은 선물이 얼마인데 조금이라도 마음의 빚을 내려놓고 싶어 그 바다로 달려갔다. 태안 구름포 해수욕장엔 알록달록한 방제복을 입은 자원봉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들었다. 우리도 방제복을 갈아입고, 마스크, 고무장갑을 끼고 바다로 향했다. 바다는 언제나 엄마처럼 품어주었는데 그날 구름포 해수욕장은 달랐다. 톡 쏘는 기름냄새가 ..

◐해군지◐ 2016.08.03

2015, 겨울바다 <해군지 10월호>

유년시절 양양 파란바다는 늘 제게 희망을 가지라며 용기를 주었지요. 70년대 시골에선 겨울만 되면 수확한 배추를 바다로 싣고가 바닷물에 숨을 죽이고 겨우내 먹을 김장을 하는 것이 연례행사였습니다. 그날도 엄마와 오빠는 리어카에 배추를 싣고 대포고개를 오르고 있었습니다. 오빠는 앞에서 끌고, 엄마는 뒤에서 밀며 가던 중 엄마와 오빠는 큰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혼자 집을 보던 저는 밤이 되어도 엄마가 오시지 않아 불안했습니다. 그때 건장한 군인 두 명이 집을 찾아왔어요. 군인은 청천벽력 같은 엄마의 사고소식을 전했습니다. 신발도 신지 못한채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오빠는 심한 부상이었으나 정신은 돌아왔고, 엄마는 막내딸도 알아보지 못한 채 사경을 헤매고 계셨지요. 더구나 우리나라 국방의무를 다하는 국인의 ..

◐해군지◐ 2015.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