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할 안경점 주인]- 서울시 온라인뉴스<서울톡톡 수상글 >
세상엔 좋은 일 아름다운 일도 많지만 참 무서운 일도 많은 것 같습니다. 지난 5월 이웃 노부부가 안경점에 A/S 받으러 갔다가 황당한 일이 있었다고 속상해 했습니다. 저희 이웃에서 알콩달콩 사는 노부부인데 할아버지는 큰 수술을 받으셨고 몸도 불편하십니다.
그날 선글라스가 헐거워져 안경점에 가서 손 좀 봐달라고 하셨나 봅니다. "안경이 헐거워서 왔는데 손 좀 봐줄 수 있소?" 했더니 안경점 주인은 검다 희다 아무런 말도 없이 안경을 받아들더니 저 뒤쪽에 가더니 한참이 되어도 나오질 않더랍니다. 한참 만에 나온 안경점 주인에게서 선글라스를 돌려받고 보니 렌즈가 엉망으로 되어있었답니다. 왜 이렇게 되었냐고 물었더니, '렌즈를 갈아야 됩니다'라고 했다는군요.
'처음엔 멀쩡했는데요?'라고 했더니 '제가 그런 것 아닙니다'라고 대답하는데 안경점 주인의 말투가 공포감이 느껴질 정도여서 아무 말도 못하고 안경점을 나왔다고 하시네요. 이웃분이 선글라스를 보여주는데 정말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더군요. 그 선글라스는 할머니가 쌈짓돈을 모아 사주신 거라고, 세상에서 하나뿐인 선글라스라고 할아버지는 얼마나 애지중지 하셨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저더러 그 안경점에 같이 가줄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시간을 내어 이웃분과 함께 그 안경점을 갔습니다. 번쩍번쩍한 장식이 화려한 안경점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거기다 안경점 안에는 짙은 향수 냄새가 진동을 했구요. 예사롭지 않은 눈매의 건장한 중년 사나이 둘이 손님을 맞고 있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다 저도 모르게 움찔 할 정도였어요.
안경점에 들어서서 이웃분이 '이 선글라스 어제는 이렇지 않았는데요'라며 말을 꺼내기 무섭게 두 사나이가 호랑이 얼굴로 돌변해 달려들었습니다. 순간 무척 놀랐어요. 건장한 두 남자가 할아버지 선글라스를 확 낚아채더니 1초도 안되어 렌즈를 맞춰 주더니 '야 꺼져 OOO야'라며 욕설을 퍼붓는데 옆에서 들으니 정말 기막혔습니다. 이웃할아버지도 '몰라서 물으러 온 사람에게 그런 태도는 뭐냐' 호통을 치자 이젠 가위를 들고 할아버지를 위협했고 저도 신변 위협을 느껴 경찰을 불렀습니다.
경찰이 출동했는데도 경찰까지 안경점에서 내몰려고 하고 극도로 흥분하더니 급기야 한 사나이는 지구대로 달려가 고성을 지르며 난동을 부렸습니다. 어디 무서워서 안경점을 가겠습니까? 이웃할아버지가 왜 같이 가보자고 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경찰 가서도 할아버지를 향해 온갖 욕을 다하는데 저는 세상에 그런 심한 욕들이 있다는 것도 그날 처음 알았습니다.
그날 옆에 계신 할아버지를 보니 다리가 후들거리고 눈물이 비치는 걸 봤습니다. 외롭게 사는 노부부가 어디 의지할 곳 없어 무슨 일만 있으면 저에게 도움을 요청해오시는데 노부부께서 받을 충격 때문에 그날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안경점 주인은 지금 법으로 죗값을 치르고 있지만, 아름다운 세상에서 아름다운 행동을 하고 아름다운 말만 들을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진하게 드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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