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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냥 빚도 갚는 우리말 예절^^

싱싱돌이 2010. 9. 21. 19:38

 

 

 천 냥 빚도 갚는 우리말 예절/충북대 조항범 교수

 

"편지는 아직 살아있다"

요즘은 전자우편이 편지를 대신하는 시대다. 그렇다고 편지라는 전달매체가 완전히 죽은 것은 아니다. 편지에는 보내는 사람의 정성과 애정이 깃들어 있기 때문에 같은 내용이라도 편지가 주는 감동이 훨씬 진하다. 이런 이유로 기업에서 홍보나 마케팅 수단으로 편지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편지를 쓸 때는 대화를 할 때 와는 또 다른 차원의 예의와 격식이 필요하다.

발신자란에 "홍길동"과 같이 이름 석 자만 쓰는 것은 결례다.  적어도 "홍길동 드림", "홍길동 올림"과 같이 써야한다.

 

수신자란에 이름 석 자만 쓰는 것은 더 큰 결례다. 윗사람에게 편지를 보낼 때는 직함이 있는 경우 "홍길동 과장님(께)과 같이 쓰는 것이 원칙이다. 이때 "홍길동 과장 귀하" 처럼 "귀하"를 덧붙이지 않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윗사람이 직함이 없는 경우에는 "귀하"와  "좌하"를 붙여 "홍길동 귀하", "홍길동 좌하" 라고 쓴다. 이때도 "홍길동 님 귀하", "홍길동 씨 귀하" 는 존대가 중복된 표현이므로 둘 중 하나만 쓰는 것이 원칙이다. 동료에게는 "홍길동 귀하", "홍길동 님(에게),과 같은 형식으로 쓰고, 아랫사람에게는 "홍길동 앞"과 같은 형식으로 쓰는 것이 원칙이다.  

 

문자를 잘못 쓰면 망신만 당한다.

김 대리의 아버지는 토요일인 내일이 회갑 날이다. 김 대리는 장남이어서 회갑연 준비에 집안의 누구보다도 분주하다. 그래서 오늘은 일찍 퇴근하려고 과장에게 사정이야기를 하였다."과장님 내일이 선친의 회갑연입니다. 그러니 오늘 일찍 퇴근해도 되겠습니까?" 이 이야기를 들은 과장은 내심 의아했다. 김 대리의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어 보지 못했는데 "선친"이란 말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과장은 김 대리가 선친이란 말을 잘못 쓴 것임을 금방 알아챘다. 

 

"선친" 은 "남에게 돌아가신 자기 아버지를 이르는 말"이다. 살아 계셔서 내일 회갑연을 맞는 분을 선친이라 했으니 살아 계신 분을 돌아가시게 만든 꼴이 된 것이다. 불효도 이런 불효가 없다. 김 대리는 선친을 "엄친(嚴親)" 이나, "부친(父親)"과 같은 뜻으로 알고 쓴 것이리라.

 

"선친"이란 말은 자식이 아닌 다른 사람이 썼다면 이 또한 망발이다. "자네 선친은 언제 돌아가셨나?" 처럼 쓰면 안되는 것이다. 남의 아버지를 두고 자기 아버지에게나 쓰는 선친이란 말을 사용했으니 큰 결례를 범한 것이다. "선친"이란 말 대신 그저 "아버지"나 "아버님"이라 했다면 망신은 모면했을 터인데, 유식한 척 하다가 돌이킬 수 없는 망신을 당한 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