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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5차구간 후기, 응원댓글, 사진[풍경]

싱싱돌이 2007. 9. 17.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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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5차구간[9. 15~9. 16(토~일) 무박 성공^^

*진입:복성이재(전북 남원 아영면 성리 751 지방도로변)

*탈출:무령고개(전북 장수군 장수읍 장안리-743지방도)

*구간:복성이재-치재-봉화산(919.8m)광대재-중치-중고개재- 운산(1,278m)-영취산 약 20km 10시간


백두대간 5차 구간이 코 앞에 있는데 반갑지 않은 고뿔이 찾아들어 방글거렸다. 더구나 강한 태풍소식에 선뜻 용기를 낼 수 없었다. 그러나 카리스마 넘치는 대장님 전화통화에 나약한 마음 접기로 했다.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태풍이 와도 무조건 떠난다” 군인정신을 일깨워 주셨다. 컨디션 난조였지만 주섬주섬 배낭을 꾸렸다.


새벽 3시.. 버스는 종주 시작지점에 도착했다. 우려했던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하늘에 별을 보며 아침을 먹는것은 불가능..버스에서 아침을 먹었다. 구수한 된장국에 고슬고슬한 밥, 곰삭은 김치로 배를 두둑하게 채웠다.


종주시작.. 시작부터 오늘 어느만큼 힘이 들까? 걱정 반, 기대 반이 교차 했다. 키 보다 더 큰 정글숲을 헤쳐 가다 보니 발 밑에선 질퍽거리고 여기서 꽝 저기서 꽝..얼마나 많이 넘어졌는지 셀 수도 없다. 옆구리 쿵, 팔목이 아파도 앙~ 할 사이 없이 오뚜기 처럼 일어나 앞 사람 따르기 바빴다.

 

시간이 흐르자 어둠이 걷히고 하늘에선 끝 없이 비를 뿌렸다. 우의를 입고 모자를 쓰고 중무장을 했는데도 이슬 먹은 정글숲을 헤쳐오느라 옷도 신발도 흠뻑 젖었다. 한 차례 휴식을 맞는 순간엔 등산화 속에 물먹은 양말 짜느라 바빴다.


간식타임..물, 오이, 당근, 과일등을 나누어 먹으며 갈증을 해소했다. 그때 타이밍 절묘하게 총대장님이 내려주신 천하장사는 한 줄기 샘물처럼 에너지 불끈 솟았다.


종주 계속..가고 또 가고 서서히 몸과 마음이 지쳐갔다.

나도 모르게 어리석은 질문도 많아졌다.

*얼마나 온거에요?

@아직 반도 못 왔어요..

*정말 저 못가요..헬기 좀 불러주세요.

@하하 여기는 헬기는 못 떠요..


그냥 산에 몸을 맡기고 죽는한이 있어도 가보자 하는 오기가 발동했다. 돌 보다 무겁게 느껴지는 발걸음 한 걸음 한 걸음 떼는것이 정말 힘들었다. 에구에구~ 헉헉~ 헐떡 거리는 날 보며 대원들 웃으며 한마디 건넸다. 천천히 오세요~ 오버 페이스 하면 힘드니 자기 페이스 유지하면서 천천히 오라며 충고를 이끼지 않아 고마웠다.


점심시간..서로 반찬을 나누며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먹는맛 꿀맛이었다. 터프가이님은 후미에 오느라 힘들었을텐데 힘든 기운 하나 없고 김치에 밥 쓱쓱 비벼 어찌나 맛있게 먹던지 일품이었다. 상운언니도 오르면서 꽈당 넘어진 이야기 하는데 특유의 몸동작과 말씨에 우리 모두는 웃음 도가니가 되었다.


밥을 먹고 났는데 젖은 옷으로 한기가 느껴졌다. 또 대장정을  서두를 수 밖에 없었다. 얼마 동안은 밥 먹은 약발이 먹혀 잘 따라갔는데 금방 뒤쳐지고 말았다. 그땐 바람과 구름 안개가  눈 앞에서 기가 막힌 쇼를 벌일때라 무서웠다. 그런데 앞에도 뒤에도 대원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물을 꺼내 먹으며 마음 다스려 천천히 오르는데 좁은 길이 두 개나 나 있었다. 백두대간 노랑리본 달린쪽을 선택해 오르는데 이상했다. 갑자기 오싹한 기운이.. 산에서 고아 되는것 아닌가? 섬뜩한 공포가 밀려왔다. 아무나 불렀다. 삼삼돌이님~ 팔팔돌이님~ 그제서야 저 아래서 내 메아리를 들으신 변고문님 목소리가 들렸다.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얼마나 놀라 가슴을 쓸었는지 아직도 심장이 심하게 뛰는것 같다.

 

한 발 한 발 내 딛어 백운산 정상(1,278m)에 도착하니 바람이 사람을 집어 삼킬 듯 심하게 불어 몹시 추었다. 겨우 기념촬영을 하고 또 걸었다. 신발속엔 물이 고여 꿀꿀 소리를 냈고 연한 피부는 쓰라리기 시작했다.


사력을 다해 가는데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0.7km남았단다. 더 속력을 내 앞에서 열심히 가던 재숙언니가 귀한 다래를 발견했다. 순간 내 눈 앞에도 달콤한 다래가..행운이었다. 쭉쭉 뻗은 나무엔 다래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지만 아쉬움을 뒤로 해야했다. 다래 한 입 쏘옥 산삼에 비교할 수 없는 귀한 맛을 보았으니 앞으로 50년은 건강 보장된 셈이다. ㅋㅋ


도착지점에 와서 서로 옷을 살피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흙투성이 바지와 신발을 흐르는 계곡에 대충 씻고 후미대원들을 눈 빠지게 기다려도 통 무소식이었다. 그렇게 지루함에 떨고 있을때 변고문님 한 말씀..

이곳 마을 이름이 “지지리 마을”이에요.

오늘 우리는 “지지리” 고생한 겁니다.

박장대소 하며 힘들었던 하루를 녹이고 있었다.


젖은 옷을 갈아입고 났는데 따끈한 라면국물이 유혹했다. 급한 마음에 한 그릇 받아 들었는데 비 피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그때 우루루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화장실에서 음식 먹는 추억 하나가 또 생기는구나.~ 화장실에서 먹는 라면맛이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ㅎㅎ


돌아오는 길..버스기사의 기지를 발휘해 생각보다 일찍 도착되었다. 집에 와 뜨거운 물 샤워을 하면서 근육을 풀어주다 깜짝놀랐다. 허벅지는 봐 줄수가 없을 정도였고 쓰라리고 아팠다.  거기다 발은 퉁퉁 불어 수세미 처럼 되어 있었다. 10시간 이상 인내하고 종주한 보람 결정체였다. 또 한 구간의 힘든 역경을 이겨냈구나~ 눈물이 찔끔, 코가 메웠다. 비와 바람과 맞써 싸우고 두 배로 힘든 사투를 벌여 백두대간 5차구간을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어찌 말로 다 표현이 될까? 오늘 밤은 달콤한 잠에 빠질것 같다.

 

좋은생각 미니홈피 응원댓글
 귀땍이 : 우와~!! 읽는 제가 웃음이 나오기도하고 눈물이 찔끔거리기도 합니다. 화장실에서 먹는 라면 맛이 얼마나 꿀맛이였겠나 싶습니다. 걸쭉하고 감칠맛스럽게 쓰신 글을 읽자니 ....... (2007-09-17) 
 귀땍이 : 백두대간 종주의 꿈을 꾸어봅니다. 꼭 한번은 종주 해보고 싶은 마음이들었어요. 그런데 초원님같은 건강한 미인도 힘들어하는데....할 수있으련지... 현실의 삶은 발목을 잡고 있구 (2007-09-17) 
 sim♥ : 엉엉엉~저 울어요~ㅎ초원님의 대간 종주가 상상이 돼서 숨까지 막힐것 같아요~나같았었음 그 자리에서 엉엉~울어버리고 말았을거에요~섬뜩한 안개쇼!공포감/저 오들오들 떨어요ㅎ (2007-09-17) 
 sim♥ : 초원님~~감기까지 걸린 몸으로 그 험난한 빗속을 뚫는 대간종주 또 성공했어요~정말 초원님 장하다 장해~천하장사 이만기보다 훨~장해요~ㅎ정말 고생했어요~달콤한잠은 행복의나래^^ (2007-09-17) 
 sim♥ : 초원님~~사랑해요~(머리에 두 팔 올리고 하트 그려요~)보단 존경해요~(이건 어떤 모션을 취한다지??ㅎ입 쭉~디밀어요~쪼옥~ㅎㅎ)존경하면 뽀뽀한 사람도 있나봐요~ㅎㅎ (2007-09-17) 
 풀꽃향기♣ : 푸하하하 심이 댓글에 웃음이나 듁겠어요^^ 정말 대단하셔요. 저두 엉엉 울었을 것 같아요. 지리산에 갔을때 앞사람 발만 쳐다보고 걸었던(결국 정상도 못 올랐던) 그때 생각나요. (2007-09-18) 
 풀꽃향기♣ : 그런 악조건에도 굴하지 않고 성공하셨다니, 놀라워요. 초원님 앞에서 깨갱깨갱이네요. (2007-09-18) 
 나래 : 목표의식이 뚜렷하신거 같아요^^초원님 글을 보면 웬만한 일에 흔들림 없으실 거 같고 ㅎㅎㅎ여기저기 꽝 콧물은 방글거리고 핑~ 대단하시단 말뿐... (2007-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