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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옥자 수필가 |
ⓒ 안양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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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을 생각하면 온몸에 소름이 쫙 돋는다. 그날 새벽 눈꼽 떼고 산책을 나섰다. 편의점에서 우유를 사들고 사뿐사뿐 걸었다. 새벽공기의 상큼함에 반해 잉어떼들이 재롱을 부리는 곳까지 갔다. 그때 휴대폰을 편의점에 두고 온 게 생각났다. 빛의속도로 달려가보니 편의점엔 휴대폰이 없었다.
편의점에서 낯모르는 아저씨께 휴대폰을 빌려서 내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철컥하고 전화를 받는 소리에 안심됐다. 누군가 휴대폰을 갖고 있다면 그 사람을 만나 돌려받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자의 목소리는 수상쩍고 기분이 나빴다. 여자는 다짜고짜 짜증을 내며 공격적이었다. 나는 휴대폰을 어디서 봤는지 물었다. 여자는 “휴대폰을 돌려줄라 그러는데, 왜 그리 말이 많아!”라며 버럭 화를 냈다.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면서 위치를 알려주면 바로 가겠다고 말했다.
택시를 잡아타고 기사님께 휴대폰을 빌려 또 전화를 걸었다. 여자는 위치를 알려주는데 도무지 알 수 없게 장황했다. 주변에 큰 건물을 말해달라 하니 건물 이름은커녕 주소조차 모른다고 했다.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 꼴이니 환장하겠단 말이 자동으로 나왔다. 겨우 00농협이란 말만 듣고 기사님께 그쪽으로 가줄 것을 부탁했다. 또 전화를 시도하니 이젠 전화를 받지 않았다. 기사님은 그제서야 보이스피싱이 의심된다고 하셨다. 우여곡절 끝에 농협 근처까지 갔다. “어디 계신가요?” 여자에게 전화를 하자 가까이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택시기사님께 잠시 기다려달라고 부탁하고 여자한테 다가갔다. 여자가 외진 곳까지 미사일 속도로 간 것도 공격적인 행동도 의문이었다. 허술한 건물은 어떤 이름도 안 보였다. 이런 곳에 혼자 왔더라면 어땠을까 아찔했다. 여자의 얼굴은 생각보다 무서웠고 말투는 이상했다. 이 시점에 음흉한 곳까지 휴대폰을 들고 간 이유는 필요 없었다. 오직 휴대폰을 무사히 돌려받으면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때 여자는 주변을 힐끔 살피더니 휴대폰을 공중을 향해 휙 던졌다. 정말 순간이었다. 내가 운동신경이 발달하지 않았다면 휴대폰은 땅에 떨어져 박살 났겠지. 간신히 휴대폰을 손에 쥐고 여자에게 “댁이 이쪽세요?”라고 물었다. 나도 모르게 이 말이 불쑥 나왔다.
“그런건 왜 물어! 받았으면 얼른 꺼져!”
순간 놀라서 “네, 꺼질게요”라는 말을 남기고 택시 있는 곳까지 어떻게 갔는지 혼이 다 빠졌다. 기사님은 사람을 유인할 나쁜 목적이 분명하다며 매사 조심할 것을 당부하셨다. 살다가 이런 공포영화는 처음 찍었다. 여자가 왜 그렇게 화를 내고 휴대폰을 들고 후미진 곳까지 총알처럼 날아갔는지 다 의심이다.
순간 실수로 후폭풍은 정말 혹독했다. 이 조그만 기계가 뭐라고 극한 상황에서도 그렇게 목숨을 걸었을까. 이런 경우는 누구나 공격대상이 될 수 있는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그때 사건은 생각만 해도 소름이 확 돋는다. 폭염으로 잠못드는 밤 그날 추억을 소환하면 어느새 더위는 꽁무니 빠지게 도망간다. 올 더위는 무사하게 건너가야 할텐데… 아, 오싹!
<나*성> 휴대폰 사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공포영화셨겠지만...그래도 다행이네요 휴~
<구*선> 정말 오싹해요. 위기를 지혜롭게 넘긴 초원님도 대단해요.
<홍*심> 오싹글 다시봐도 마음이 쿵쿵거려요~ 초원님심장도 강심장이고요~그여자 무셔요~
<송*심> 아 오싹해요~
<정*의> 어쩜 풀어내는 글솜씨가 이렇게 맛깔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