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냥 빚도 갚는 우리말 예절<글 <서울신문>어문팀 차장 이경우
“손수”, “몸소”, “친히”는 자신을 높이는 말
“부장님, 제가 손수 만든 케이크예요,” 김 부장은 이런 “손수”가 불편하다. 불손하게 느껴서이다. 자신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서 국어사전을 찾아보지만 답이 시원찮다.
“남의 힘을 빌리지 아니하고 제 손으로 직접” 이란 풀이만 있을 뿐 원했던 내용이 나오지 않아서다. 사전에 그런 풀이는 없지만 김 부장이 알고 있는 “손수” 는 주로 손을 써서 하는 일에 사용된다. “손수 밥을 짓다”, 손수 빨래를 하다“, 같은 예에서 볼 수 있다.
그런데 “손수”는 대체로 윗사람의 행위에 적용되는 특징이 있다. 이전 세대는 “할아버지께서 손수 나무를 심으셨다”, 아버지께서 손수 청소를 하셨다“ 같은 말을 통해 자연스럽게 ”손수“의 의미를 익히고 자랐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 아들이 손수 청소를 했어”라는 말은 어색하다고 생각한다.
“손수”라는 말을 쓰면 자신을 스스로 높이는 결과를 낳게 된다. 따라서 “부장님 제가 직접 만든 케이크예요”가 올바른 표현이다. 같은 실수를 하게 되는 말로 “몸소”도 있다. 역시 국어사전에는 "직접 제 몸으로“ 라는 풀이 정도만 보인다.
“손수”가 손을 써서 하는 일에 쓰인다면, “몸소”는 손을 포함해 몸을 쓰는 일과 일반적인 행위에 사용된다. “몸소 찾아오다”, “몸소 농사를 짓다” 처럼 쓰인다.
“몸소”도 마찬가지로 윗사람의 행위를 표현 할 때 사용된다. “제가 몸소 가르쳤습니다” 가 아니라 “제가 직접 가르쳤습니다”라고 해야 말이된다. 한자어 “친히”도 마찬가지다. 역시 존경의 의미가 담겨 있으니 자신이나 아랫사람에 적용해 사용하는 건 어울리지 않다.
“전화 잘못 걸렸습니다”가 더 친절한 표현
모르는 상대에게 말을 건네는 건 조심스럽다. 상대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면 더 그렇다. 전화 통화할 때 흔히 쓰는 “여보세요”에는 이런 심리가 반영돼 있다. 윗사람인지 아랫사람인지 모르니 그냥 “여보세요”라고 하는 것이다. “여기 보세요”의 준말인 “여보세요”는 전화 통화에서 가장 중요한 말이 됐다.
그런데 직장에서 전화를 받을 때는 “여보세요”가 불친절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네 OO 회사(부서) 아무개입니다” 라고 하는 게 일상화되어 있다. “네” 대신 “고맙습니다”를 넣어 “고맙습니다 OO 회사(부서) 아무개입니다” 라고 하기도 한다.
물론 상황에 따라 자기 이름을 뺄 수도 있다. 그런데 간혹 회사, 부서, 자기 이름을 모두 빼고 “네” 라고만 하는 사람도 있다. 말하는 사람은 편할지 모르지만 듣는 사람은 불편할 수 있다. 또 바로 “OO회사(부서) 아무개입니다”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지나쳐 보인다. “네” 나 “고맙습니다” 를 넣는게 훨씬 부드럽고 친절하게 여겨진다.
때로는 잘못 걸려온 전화를 받기도 한다. 이럴 때 대개 “전화 잘못 걸었습니다” 라거나, 전화 잘못거셨습니다“ 라고 하는데, 때에 따라서는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문제일 수 있다. 이렇게 표현하면 전화도 제대로 못 거느냐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전화 잘못 걸렸습니다“가 친절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전화를 끊을 때는 “안녕히 계십시오”, 이만 끊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등의 말을 한다. ”이 때 들어가세요“라고 하는 건 자칫 실례가 될 수 있다. 일부 지역에서만 사용되는 표현인데다 명령의 형태이기 때문에 쓰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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