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추억앨범◑

청계산~광교산 종주를 다녀와서^^

싱싱돌이 2011. 6. 6. 19:06

청계산~광교산 종주를 다녀와서...

호계동팀(백두대간 종주팀-변봉래고문님, <점남,순자,재숙,상운>언니와(6명)

언   제: 2010. 6. 5(일) 연휴 둘째날

 

    연휴 첫 날 고뿔이 심해 가벼운 산행을 마치고 났는데 띵똥 문자가 온다. " 호계동 산꾼들 내일 양재에서 광교산까지 산행 하는데 가보지 못했으면 가실래요?" 라는 점남언니 문자...고뿔이 절정인데, 더구나 최근에 산행이라곤 2~3시간 짜리 삼성산 겨우 다녀온게 전부인데...그래도 혼자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저두 갈래요"라는 문자를 날리고 말았다. 

 

양재에서 광교산까지 거리는 얼마나 될지 막연한 가운데 그때 부터 간식을 준비에 냉장고에 넣고, 내일 콩밥을 싸갈까 싶어 콩도 준비해 놓고, 배낭도 따로 정리해 놓는 등 준비를 마쳤는데 쉽게 잠이 오않아 뒤척이다 새벽 5시 요란한 알람소리에 아침을 맞았다. 끈끈한 기온이 피부에 와 닿는다. 뉴스에선 오늘도 무지막지 더울거라고 하니 벌써 걱정이었다.  

 

얼음물도 챙기고 도시락도 싸서 집을 나섰다. 호계도서관 앞에 가니 호계동팀 다 모였다. 오랜만에 만나는 상운언니, 순자언니도 반겨주시고... 그때 변봉래 고문님 내 배낭을 살피신다. 왜요? 스틱은? 순간 가슴 철렁한다. 전쟁터에 나가면서 무기를 놓고 나온꼴이라니...어머 그런데 무릎보호대도 빼먹었다. 어제 그렇게 산행준비를 해놓고서 이게 무슨 낭패란 말인지...암튼 찜찜한 기운 뒤로하고 양재 화물터미널로 갔다. 그곳부터 청계산 종주가 시작되는 시작점이라고 했다. 이미 재숙,상운언니는 종주를 마쳤고 우리들을 위한 안내역할을 친절히 해주던 예쁜 두 언니...

 

청계산에 첫 발을 내 딛는데 느낌 참 좋았다. 산들바람, 포근한 길, 어딜 쳐다봐도 울퉁불퉁 바위 하나 보이지 않고 사방 녹음이 우거진 숲길이 끝없이 이어지고, 좋다좋다를 연발하며 옥녀봉(375m)까지 올랐다. 옥녀봉은 예쁜 여성처럼 보인다는 뜻이며 청계산은 아주 먼 옛날에 푸른 용이 산허리를 뚫고 나와 승천했다는 전설이 깃든산이라는 정보도 얻고, 개미허리를 자랑하는 가수 이효리도 청계산행을 즐긴다는 이야기도 전해들었다.

 

얼만큼 가다보니 82년 군사작전중 비행기 추락으로 순직한 53인 용사 추모비가 나왔다. 내일은 현충일...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들에게 묵념하는 시간도 잠시 갖고 또 걸었다. 모든 맴버가 백두대간 종주를 마쳤지만 산에서는 언제나 겸손해야 한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안다. 서두르지 않고 걷고 또 걷는다. 깔딱 고개에선 땀이나게 치고 오르면 금방 꿀바람이 온몸 땀을 닦아주고, 간식타임엔 서로의 배낭에서 쏟아지던 간식...색깔 유난히 예쁘던 오미자물, 쑥떡, 오이, 수박, 쵸콜릿등으로 목을 축이고 또 걷는다. 

 

어느새 청계산 매바위, 매봉을 벌써 지났다. 아직도 안개가 걷히지 않았는데도 구름 가득한 산세 풍경도 그만이다. 서울대공원 말레이곰(꼬마)이 포획된 자리를 알리는 팻말도 크게 붙어 있다. 꼬마 녀석이 우리를 탈출해 많은 국민들 공포에 떨게 하고, 덕분에 사랑을 한몸에 받은녀석이 그곳에 숨어 있었다니...

 

공동묘지를 지나 청계 인터체인지 철다리를 건너 의왕 국사봉까지 갔다. 이때까지 내 다리와 상태는 견딜만 했다. 신비하게 뿌리 내린 나무에서 기념사진도 한 컷 찍고 땅 밑을 보니 하얀 꽃잎 천지다. 그때 변봉래 고문님 배꼽잡는 유머가..."아니 청계산에 팥콘이?" 오르막 내리막 반복하다 보니 스틱 아쉬움이 너무나 컸다. 스틱사용은 하중을 절반으로 줄여준다는데 난 온몸으로 받고 또 받고, 미끌미끌 미끄러지고 또 일어나고 했지만 그곳에 땅은 사지 않았다.ㅎ  

 

서서히 배가 고파오는데 언니들은 힘든 오르막을 오르고 나서 점심을 먹자고 했다. 드디어 얼마를 오른후에 점심시간이 왔다.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재숙언니는 직접 기른 10가지도 넘는 채소를 준비해 왔다. 산속에서 꿀바람과 입이 터지게 먹는 쌈 한 입 말이 필요없었다.소주 한 잔을 권했지만 알콜기운이 종주를 방해할까 싶어 먹지 않았다. 맛난 점심도 먹고 TOP커피도 깔끔하게 마셨다. 

 

오늘 재숙언니 컨디션이 별로...소처럼 뚜벅뚜벅 잘가던 재숙어니가 졸립다 하면서 자꾸만 뒤로 쳐지지고, 우리 모두 지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벌써 종주 8시간이 훌쩍 지나고 있었다. 싱그러운 나뭇잎들이 그늘 길을 만들어 주었지만 장시간 노출된 얼굴은 따갑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간식을 챙겨먹으며 얼음물만 벌컥 마셨더니 목소리가 완전 맛이 갔다. 이글이글 무더운 여름날 종주가 얼마나 고된 일인지 모른다. 백두대간을 하면서도 느껴 본 그 여름날 종주와 또 다른 맛이다. 물 2리터가 이미 바닥났다. 물 한 방울이 아쉬운 그때 한 모금 물도 기꺼이 나누어 주시는 변봉래 고문님은 역시 어른이었다. 

 

산에 왠 계단은 그리 많던지, 엄지 발가락이 물집이 잡히기 시작했다. 모두 지친 가운데 가장 막내인 내가 완전 초죽음이 되고 말았으니... 

 

이젠 마지막 코스 광교산을 향해 사력을 다할 때가 왔다. 남은 간식 탈탈 털어 먹고 없는 기운 억지로 추스려 가며 상운언니 뒤를 따랐다. 그런데 한참 가다 보니 뒤가 조용해서 돌아보니 아무도 없다. 2명, 4명 서로 이산가족이 되어버렸다. 오늘 잠시 알바는 있어도 이렇게 생이별이라니 난감했다.

 

상운언니가 오던 길 되돌아 가 멤버를 찾고, 전화를 하고, 고함을 쳐봐도 어느 길로 갔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래도 다행인게 그쪽엔 재숙언니가 길을 알고 있고, 이쪽에선 상운언니가 알고 있으니 믿어 보기로 했다. 

 

목은 바싹바싹 타들어 가고, 어느만큼 가다보니 전화가 터졌다. 이산가족 4명이 저만큼 아래서 휴식하고 있었다. 그래도 이쯤에서 상봉이 어찌나 반갑던지...이젠 다 함께 마지막을 향해 내려오는데 정말 끝이 안보이는 길 정말 멀었다. 순자언니는 "아으 질다질다(길다)"해서 웃음을 주었고, 난 맴버들 "내일 만나요"라고 긴 의자에 벌러덩 눕고, 발가락에서 피가 나는것 같아도 들여다 볼 여력도 남아있지 않았다. 

 

또 터덜터덜 걷는데 이젠 허벅지 옆구리까지 결려왔다. 몸에서도 너무하는것 아니냐고 자꾸만 경고를 보내오는데 그때 저 아래 훤히 뚫린 도로가 한 눈에 들어온다.  와~종주가 끝나는 순간이다. 시간을 보니 저녁 6시30분 아침 7시에 종주시작해 11시간 30분의 강행군이다. 양말을 벗어보니 물집이 잡혀 터지고 피가나고 땀띠가 빈틈없이 돋아나고, 옆에 어떤 할머니가 안쓰럽게 바라보며 무지 고생했겠다며 한 말씀 해주시니 괜히 눈, 코가 시큰 매워왔다. 청계산을 시작으로 백운산, 바라산, 광교산을 넘나들며  고뿔절정에 스틱, 무릎보호대 없이 온몸으로 부대끼며 11시간 30분 걸어왔다는것...내게 엄청나고 기적 같은일이다. 예쁜 화장실에서 불타는 발도 살짝 씻고 나오니 한 줄기 션~한 샘물이 반겼다. 

 

나도 버거웠지만 고령의 변봉래 고문님과 점남언니 산을 향한 그 열정은 정말 남다르다. 변봉래고문님은 작년 다르고, 올 다른다는 말씀이 가슴 먹먹하게 했고, 점남언니 소화가 안되는데 내색 없이 힘든 종주를 무사히 마칠 수 있는 힘...정말  존경스럽다.  

 

마지막 경기대 입구에서 버스를 타기 전 오늘 고생했다며 갈증 녹이는 호프  한 잔을 사 주시는 변봉래 고문님...호프를 하면서 당연 오늘 이야기는 이산가족이 될 뻔한 이야기가 화제만발이었다. 얘기씨~ 하면서 친절히 안내를 해주던 상운언니, 재숙언니, 순자언니 덕분에 꿈 꾸던 산 무사히 종주를 마쳤다<고마움,감사> 아마도 내일은 종일 끙끙 아파 누울것 같다.

 

보낸사람 : 이덕희 11.06.07 07:38

전 경기대에서 형제봉만 갔다와도 힘들더만 참 대단하세요... 

서울시, 성남시, 안양시, 의왕시, 용인시, 수원시를 거친거네요. 

참 존경스럽습니다. 대단들 하세요... 

저 뭐할까 생각하다가 대부도 가서 회나 먹자고 제안했다가  

엄청 고생했네요. 들어가는 내내 주차장이에요. 

평소 한 시간이면 가는 곳을 두 세배 걸린것 같아요. 

나오는길 역시 주차장... 

사람들 휴일에 참 다들 똑같은 일들을 하는지 가족이 뭔지? 

저사람 중에는 억지로 끌려나온 가장도 있을거다 나같이...

생각하니 불쌍하기도 하고, 전 차라리 앞 차 보고 찔끔 찔끔 가느니

누님처럼 물집이 잡히더라도 하루종일 걷는게 낫다고?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