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이 밝고 간 꽃길(김어영 시집)을 읽고^^
이 시집엔 감기, 북어, 오후5시, 비늘, 밤물, 민들레, 칠판, 신문, 낙엽, 지렁이,
구름상처 등 향토적, 인간적이며 현실적인 순수한 시 65편이 실려있다.
43쪽에 있는 꽃구두를 옮겨본다.
<꽃구두-김어영>
꽃 구두 한 켤레 놓여 있다
어느 청춘이 밟고 다닌 꽃길이었을까
뒤축은 다소곳이 안으로 닳아 있다
산골에마을에서 태어나
대처로 나가는 것이 꿈이었던 꽃 구두
뻔질나게 드나들던 방물장수 입담에
세상 물정 모르는 어머니는 따라 나섰고
아버지는 마른기침 두어 번에 매듭지어 버렸다
몇 번인가 보따리 싸놓고 어금니를 깨물었지만
죽어서도 오면 아니 된다는 유언장 같은 말이
허공을 맴돌 틈도 없이 와 버렸다
청춘은 그 흔적만으로 노년을 들뜨게 한다는데
마지막으로 신고 갈 신발 슬며시 신고 싶어진다
어둠이 먼저 신고 간 꽃 구두
캄캄한 골목에 싸여 보이지 않는 구두
가만히 내려다 보는 무겁고 낡은 내 구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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