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스케치 2020.11/5(목)~11/10(화) 6일간>
올 초여름 정형외과 약물 부작용부터 시작되었다. 마을 정형외과 약을 먹고 온몸에 핏줄이 솟아오르는 부작용 발생, 그후 대학병원 정형외과, 피부과 치료중에 복통이 심해 입원까지...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됐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피부과 치료중에도 끊임없이 두드러기가 올라오고 심각한 상황으로 응급실도 2번씩 갔다. 응급 때마다 피부과에서 진정하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번엔 구역감으로 도저히 음식을 먹을 수 없어 입원했다. 위내시경, 복부시티, 혈액검사 등, 검사상 큰 문제는 없다는데 이 불편 증상은 뭔지, 울렁, 어지럼증 때문에 이비인후과 검사도 했는데 다 괜찮다. 그럼 대체 왜 이러냐고,,,
입원 6일후 퇴원했다. 나는 상태가 온전해 퇴원하길 바랐는데, 증상은 여전하다. 퇴원 며칠 뒤 대학병원 피부과를 다시 갔다. 입원 사실도 알리고 피부 증상도 말씀드렸는데 교수님은 ‘위미란’으로 입원까지 했냐고 하신다. 내안에 도대체 어떤 문제가 있는거야. 아우 답답해.
내가 입원한 병동은 ‘간병, 간호 통합서비스 병동’이었다. 보호자 간이의자도, 시끄럽게 윙윙대던 TV도 사라졌다. 보호자나 간병인이 없어도 전문 간호사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시로 입.퇴원이 이뤄지고, 병실에서 노트북 소리 하나 내는 것도 미안할 정도로 중증 환자들이 많다.
간호사들은 호출하면 바로 달려올 수 있게 병실 코앞에 자리를 설치하고 일처리를 하고 있는데 그 잡음, 소음이 심해 불편하더라. 또한 입원했을 때 위층에 공사가 있다는 공지문을 주긴 했는데 자리에 누우니 지진이 난 것처럼 윙윙 울려서 어지러워하는 나는 조금 힘들었다.
간호사들은 문밖에서 일사불란하게 거동이 힘든 환자 편의를 적극 돕는다. 나는 스스로 다 해결할 수 있는 정도여서 굳이 간호 서비스는 필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침대에서 쿵하고 떨어지니 간호사가 몇초 만에 달려왔더라. 간병,간호 통합서비스 분명히 좋은 제도인데 간호사 1인이 담당하는 환자수가 부담은 되겠다. 보호자가 마땅치 않는 사람들은 이 서비스가 오히려 마음 편할 것 같다.
간호사중에 정말 인상 깊은 간호사 1명이 있었다. 그녀가 근무하는 날은 나도 모르게 그녀의 목소리에 귀가 자동으로 끌려갔다. 낮은 중저음 목소리에 행정 일처리는 똑소리가 났다. 너무 드러나지 않으면서 일처리가 빛이 났던 그녀, ‘일은 이렇게 하는 거야’를 조용히 몸소 보여주었던 선한 인상 간호사,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반대로 주사를 빨리 놔달라고 재촉했던 70대 할머니에게 몇번이나 핀잔을 주는 어떤 간호사 뒤끝 작렬이네. 아프다고 고통을 호소 했을뿐인 70대 할머니는 그만 기가 팍 죽었다. 잔소리도 한 번이면 되는 거잖아. 두 세번 반복해 재촉했다고 뭐라고 해대는 간호사 눈살이 찌푸려지더라
입원하는 날, 중재원 조정 기일인데 못갔다. 상대쪽에서는 대리인이 왔다고 조정중에 전화가 걸려왔다. 손해보상액을 제시하는데 터무니 없다. 손해사정인한테 자문하니 절대 동의하지 말라고,,,조정 기일에 피해자 없이 어떤 조정결정이 났는지, 오늘 드디어 결정문이 왔다. 예상대로다. 한 고개를 넘으니 더 높은 산이 앞에 있다.
내가 입원한 병실은 6인용 병실이었다. 우리 병실에 목소리가 몹시 걸걸한 할머니, 얼굴엔 주름 하나 없고 팽팽하지만 목소리가 걸걸해 나이가 짐작됐다. 사람의 신체중에 목소리가 가장 늦게 늙는다는데 할머니의 몹시 걸걸한 목소리로 봐서 나이가 보였다. 간호사들을 위엄있게 다루는 솜씨하며 저 할머니는 분명히 밖에서는 남자 대장부였을거야.
금식 4일째 죽을 처음 먹는다. 울렁하지만 꾹 참고 먹는다. 목소리 걸걸한 할머니가 ‘애기는 어디 아파서 왔어? 나도 죽먹는데 애기도 죽 먹네. 머리 묶으니 더 애기 같네’ 라며 말을 걸어온다. ‘네~할머니 많이 드세요’ 그러자 할머니는 나이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내일이면 100 살이야’ 하신다.
나는 믿어지지 않아 이름표 옆에 나이를 봤다 정말 ‘98세!’ 그리고 이어진 말 ‘내가 시장에서 물건 팔면서 떵떵거려야 하는데, 이렇게 병원에 누워 있으니 쯧쯧...’ 하신다. 아하 할머니가 시장에서 떵떵거리는 장사꾼이셨구나. 어쩐지 남다른 포스가 느껴졌어. 요즘 70대도 활발한 사회 활동을 하는 어른들이 많지만, 90대에도 현장을 누비셨다니 정말 대단하시다.
60이 넘은 아들은 매일 와서 간호도 극진했다. 아들은 ‘어머니 목욕 하실래요?’ 할머니는 ‘나 빤스만 입고 있을테니 목욕 좀 시켜 줘~!’ 그러자 아들이 ‘빤스는 왜 입어요? 누가 본다고...’ 한다. 놀랐다. 아들도 지극정성이고, 나이 전혀 안 보이는 할머니는 ‘여태 별탈 없이 자냈는데 갑자기 이렇게 됐다...’ 며 아주 슬픈 표정을 지으신다. 할머니의 슬픈 마음이 고스란히 내 마음에도 콕 박힌다. 또 바로 옆 침대에 88세 된 할머니는 남은 생은 더이상 욕심없다고, 또렷하게 말씀하시는데 눈물이 나더라.
모자지간의 끈끈함을 보니 2006년에 울 엄마 입원했을 때가 생각난다. 혼자 간호, 간병하느라 몸과 마음이 지쳐가면서 잘 모시지 못하고,,,지나고 보니 왜 이렇게 잘못한 것만 떠오르는지, 할머니의 아들 효심을 보면서 우리집 엄마의 아들 딸들은 엄마에게 어떤 자식들었는지 내가 묻는다.
1인 가구는 입원도 쉽지 않았다. 이번에 대학병원 세번째 입원,,,2007년, 엄마 돌아가셨을 때 너무 힘들어서 입원, 그리고 2015년 목디스크로 입원, 2020년 11월, 5년만에 입원,,,돌아보면 올초부터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혼자 감당이 안 될만큼,,,
입원할 때 절차는 또 왜 그리 까다로운지, 2015년 입원 때는 선입금 하라더니, 이번엔 보호자 사인이 꼭 필요하단다. 입원서류 작성하는데 담당자는 누가 와서 사인을 할 수 있는지 끝없이 묻더니, 또 원무과 담당자도 똑같은 이야기 반복한다. 입원수속 하다가 쓰러질 뻔 했다.
나는 ‘다 멀리(외국, 하늘나라) 있어 올 수 없으니 내가 선입금을 하겠다’ 하고 겨우 입원했는데, 입원 이틀째 또 원무과 전화가 왔다. 누가 와서 사인을 해야한단다. 왜 그렇게 융통성 없나. 이젠 화가 났다. 링거를 꼽은채 원무과로 달려갔다. 담당자가 깜짝 놀란다. 나는 ’올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요. 제가 병원비 다 선입금 할게요. 그것 때문인가요?‘ 라고 물었다. 담당자는 어우 부담 드릴려고 그런 것 아니라며 걱정 말고 치료하시라’ 고 나를 달랬다.
이렇게 스스로 해결했는데, 나는 문제를 더 빨리 해결하고 싶어 병원 인근에 있는 지인에게 부탁했었다. 당연 거절이지. 그런데 나도 참 이상한 생각이 들더라. 가족도 어려운 일을, 남한테 보호자 사인을 부탁했으니 얼굴이 화끈했다. 그 지인이 나한테 보호자 사인을 부탁했어도 내가 해줄 수 있었을까 생각한다. 거절 이유에도 헛웃음이 나왔지만 ‘세상은 다 그런거야’라고 웃어 넘긴다. 말을 괜히 꺼내 민망함은 어찌 할 수가 없었다.
11층 병동에서 중앙공원 가을이 한 눈에 펼쳐진다. 저렇게 예쁜 가을 단풍도 마음 편히 만끽하지 못하는구나. 병실에 연로하고 아픈 분들을 보고 있으니 너무 우울해 천천히 비상계단을 걸었다. 지하에서 11층까지 고뇌하면서 277계단 2번 왕복, 한 계단 한 계단 걸음을 옮기며 마음을 다 잡는다. 마음 속 고민들이 좀 도망갔으면 하고,
급하게 입원하는 바람에 업무가 연속될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심야라서 그냥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밤 10시부터 2시간 동안 눈을 뜨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 너무 힘들었다. 병실은 밤 9시만 되면 소등을 하니 잠들지 않고 병실에서 부스럭대는 일은 다른 환자들에게 민폐였다. 결국 병실 밖에 대기실에 앉았다. 환하게 불켜진 중앙공원 늦가을 야경을 감상하면서 2시간을 겨우 버티었다. 허리가 잘라질 듯 아프다.
대학병원 벽에 커다랗게 걸린 명의 교수님 명단에 반짝반짝 빛나는 이름이 있었다. 바로 "김종혁 교수님", 교수님을 알게 된지 어언 20년도 넘었다. 입원 당일 입원계에서 잠시 마주쳤는데, 교수님도 아버님 입원으로 응급상황을 맞으셔서 매우 분주하신데 내게 많이 아프냐고 물어봐 주시고, 입원실에 직접 회진도 오셔서 괜찮다고 말씀도 해주셔서 얼마나 힘이 났는지 모른다. 유쾌하시고 언제나 한결같은 김종혁 교수님은 마음의 소리까지 들어주시는 진정 훌륭한 명의이시다.
입원동안 아침저녁 회진 오셨던 주치의 임현 교수님, 회진 전 교수님이 회진을 시작했다는 메시지를 보내준다. 회진 준비를 하란 뜻인데, 참 공교롭게 회진 그 순간 밥을 먹는중이거나, 배식판을 들고 갈 때, 양치할 때 등 찰나, 순간이 어쩜 회진 때 딱 맞춰 일어나는지, 편하게 교수님을 맞고 증상을 말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벌어지는 순간들이 웃음이 나왔다.
퇴원후 외래진료를 갔는데 임현 교수님은 입원 검사기록을 하나하나 설명해주신다. 매우 이성적이면서도 친절함이 담겨있다. 입원 때 듣지 못한 것들을 설명과 함께 들으니 이해가 빠르다. 검사상 이상 없다는데 왜 이런 것일까. 전혀 먹지 못해 살이 쭉쭉 빠지고 못견뎌할 때 빠르게 입원 결정을 도와주시고, 내 안에 무슨 병이 있을까 우려했던 많은 의심도 재워주셨다. 참 고맙다.
퇴원할 때, 내가 고생하는 분들을 생각하면서 쓴 글 '가을이다' 한 편에 고마움을 담아 교수님께 드렸는데, 잘 받았다는 말씀도 해주시는 교수님, 내 안에서 벌어지는 알 수 없는 증상들, 믿음직 교수님이면 거뜬 고쳐 주실거라 믿는다.
체중은 60kg 가까워지고, 배는 남산처럼 치솟고 과체중을 달리던 내가 입원 당시 53kg 몇 달동안 먹지 못한 결과다. 비만도 22, 키, 체중 모두 지금 정상이다. 힘은 안들이고 빠진 결과인데, 어서 몸과 마음이 오래 가지 않고, 제자리로 돌아와주면 좋겠다.
이번에 비로소 알았다. 너무 많은 분들이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힘나는 말을 해준다는 것, 그래서 눈물이 자꾸만 터져 나와도 금방 웃음으로 버무리고 말았다. 나를 위해 진심으로 기도 해주시고, 전복죽에, 먹는 거 힘들다고 갈비탕을 보내주겠다는 분, 멀리 강원도에서 문안을 오시겠다는 분, 잠옷이랑 선물을 한가득 보내오는 등 아프지 말라고 진심 걱정해주는 천사 마음들, 그 마음만으로 난 충분히 감사하고 고맙다.
어서 나아서 나도 우울한 분들, 아픈 분들 마음 환하게 피어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나 명랑한 싱싱돌이잖아!!<모두 너무 고맙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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