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돌이기록◑

백두대간을 걸었던 2006년^^

싱싱돌이 2020. 1. 30. 11:22

기억에 여전히 또렷한 그 때 그 년도(백두대간을 걸었던 2006)

동서식품(삶의향기 1-2월호전옥자)

 

너무 힘들었던 2006년 그해 산을 좋아하는 지인이 힘들겠지만 우리 백두대간 도전하는데 같이 걸어보래요?” 라고 했다. 귀는 쫑긋했지만 바로 약해지고 말았다. 당시만해도 산행경험도 많지않고 계단 몇 개만 올라도 숨이 턱까지 차서 헐떡거리던 네가 무슨 백두대간?

 

그런데 지인은 기회는 아무 때가 오지 않고 백두대간은 아무나 도전하는 것이 아니니 우리나라 아름다운 백두대간 같이 걸어요. 도와 줄게요라며 용기를 주셨다. 그렇게 굳은 결심으로 백두대간을 시작했다. 그래! 나는 마라톤도 씩씩하게 완주한 경험도 있고, 한강도 수영으로 넘었는데 백두대간 한 번 해보자 하는 독한 마음으로 지리산부터 따라 나섰다.

 

3년을 계획했으니 뚜렷한 나만의 목표도 생겼다. 한 달에 한 번 20킬로, 10시간 이상 걷고 또 걷고 너무나 힘들고 박차서 괜히 시작했나 처음엔 후회도 많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 수록 백두대간 매력에 푹 빠지면서 한 구간 다녀오면 힘들어도 곧 다음 구간으로 떠날 준비를 하는 나를 발견하고 스스로 놀라웠다.

 

칠흑같은 밤하늘에 유일한 빛인 별에 의지해 걷던 일, 산짐승들에게 공격당하지 않을까. 멧돼지가 파헤쳐 놓은 구멍을 발견했을 때 숨을 죽이며 그 길을 지나간 일, 낭떠러지에서 구사일생 살아온 일들이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기억이 선명하다.

 

여름이면 등짝을 내리꽂는 강력한 햇살, 한말씩 흐르는 땀과의 사투를 해야 했고, 비오는 날은 등산화속에 발을 퉁퉁 부어 뿡뿡 소리가 나는데도 하염없이 걷고 또 걸었다. 가을엔 미끄러운 낙엽과 싸우고, 겨울엔 허리까지 차오르는 눈길을 뚫으며 손발이 떨어져갈 것 같은 칼바람과 싸우는 일도 힘들었다.

 

시골에서 맛봤던 오디를 혓바닥 새까많게 따먹던 일, 동쪽에서 뽀죡 올라오는 붉은 일출을 보며 벅찬 감정에 눈물 흘렸던 일, 일일이 헤아리기도 힘들만큼 순간순간 마주하는 벅참은 그곳에서 있어서 누릴 수 있는 기막힌 선물이었다. 자연과 수시로 대화도 나누며 백두대간을 걸으며 인생 희로애락을 배웠다.

 

멀리 있는 산을 그것도 백두대간을 오른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던 내가 거침없이 걸어봤던 2006년 그때, 백두대간에서 생애 영원히 잊지 못할 귀중한 경험은 나약했던 내게 큰 힘과 용기가 되었다. 백두대간의 사계절이 얼마나 아름답게 변하는지 코앞에서 생생하게 감상하며 매력에 퐁당했던 그해를 나는 영원히 잊지 못한다.

 

<그때를 추억하면서 백두대간에서 봤던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