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수필 발표작품 ◐

2018, 창작수필 봄호[장미꽃 찻잔]

싱싱돌이 2018. 2. 27. 20:42

2018, 창작수필 봄호[장미꽃 찻잔-전옥자]
햇살이 곱던 봄날 사회 초년병시절에 절친이었던 그녀를 15년만에 다시 만났다. 그렇게 호리호리하던 몸은 다 어디로 갔는지 오동통한 그녀가 방글방글 웃으며 다가왔다. 양손엔 봄꽃이 한아름 들려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꽃을 준비해 온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꽃선물에 마음이 환해진 우리는 찻집으로 이동해 그동안 묵은 이야기를 풀기로 했다.

 

찻집은 한옥을 개조해 꾸며놓아 편안한 분위기였다. 그녀는 스스럼없이 케냐커피를 주문하면서 풍부한 커피해설을 해주었다. 해설만 들어도 케냐커피 맛에 퐁당 빠질 것만 같았다. 나도 그녀처럼 케냐커피를 맛보기로 했다. 잠시후 분홍장미가 수놓아진 예쁜 커피잔이 앞에 놓여졌다. 커피는 잔이 넘칠 정도로 찰랑거렸다. 예쁜 장미꽃 찻잔에 커피향이 어우러져 분위기로만 마셔도 좋을 것 같았다.

...

예쁜 장미꽃 찻잔을 보고 감탄을 연발하며 사진을 찍다가 사진 속에 아른거리는 그때 훈남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나왔다. 신규시절 어느날 훤칠한 키에 훈남이 우리부서에 발령받아 왔다. 그날은 인기를 한몸에 받아오던 훈남 환영회가 있었다. 2차는 훈남집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훈남은 우리에게 기막힌 커피를 대접하겠다며 주방으로 가서 달각거렸다.

 

주전자에서 물이 끓는 소리가 들리는가싶더니 어느새 훈남은 장미꽃 찻잔에 커피를 타서 각자 앞에 정중히 내려놓았다. 장미 꽃이 수놓아진 너무나 예쁜 찻잔에 훈남이 정성으로 탄 커피는 어떨지 맛을 보나마나 엄지척은 당연했다. 드디어 찻잔을 들어 우아하게 커피를 맛보는 순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때 선배가 커피 맛이 오묘하다며 고개를 갸우뚱하자 훈남은투투투 비율로 탔어요. 그게 딱 적정비율이랍니다. 문제 없으니 맛있게 드세요라고 했다.

 

문제가 없는데 과하게 니글거리는 이 맛은 뭘까. 모두 선뜻 다음 말을 잇지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그때 성미 급한 선배가 주방으로 가더니 커피재료를 모두 꺼내 놓으라며 감독관처럼 호통을 쳤다. 훈남은 서랍장에서 세 개의 통을 꺼내보였다. 그리고 선배는 맛 테스트에 들어갔다. 1번 커피, 2번 프림, 다음 3번을 꾹 찍어 맛을 본 선배는세상에 이것은 미원이다. 나원참이라고 했다.

 

그럼 그렇지. 그렇게 오묘한 맛을 냈던 커피가 미원 맛이었구나. 그제서야 훈남은 미원을 설탕으로 착각한 걸 눈치채고 다시 타오겠다며 안절부절 못했다. 이미 얼굴은 홍시처럼 달아올랐다. 당시 집집마다 이 신비의 마법가루를 즐겨먹었던 기억도 새롭다. 이 가루가 음식에 들어가면 요술을 부린 듯 신기한 맛을 냈는데 그날 커피에 적정비율을 맞춘다며 마법가루 두 스푼을 넣었으니 그런 오묘한 맛이 나왔던 것이다.

 

우리는 이런 특별한 커피를 어디서 맛보겠냐며 훈남의 실수를 너그럽게 덮어주었으나 여기저기서 입안을 헹구느라 진땀을 뺐다. 예쁜 장미꽃 찻잔을 보면서 당시 큰 웃음을 선사한 훈남 얼굴이 자동으로 떠올라 웃음이 저절로 났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그때 훈남은 더 멋진 중년의 신사가 되어있겠지

 

어느덧 그녀와 대화도 무르익고 홀짝거리던 케냐커피도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그녀는 소식없이 지내온 15년의 삶을 털어놓았다. 사람은 누구나 희로애락을 겪으며 살아가지만 그녀의 희로애락(喜怒哀樂)영화는 너무나 슬프고 짠했다. 많은 힘든 일을 극복하면서 그녀 마음에도 단단한 굳은살이 박혀 있었다. 눈물조차 안보일 것 같던 그녀가 외국생활을 이야기 하면서 눈물 한방울을 뚝 떨어뜨렸다. 속마음을 털어놓고 한결 밝아진 그녀는 앞으로 기쁘고 즐거운 영화를 찍을 준비를 하고 있다며 계획도 들려주었다.

 

그녀가 그동안의 고단함을 털어 놓을 정도로 안정단계에 있다는 것도 고마웠다. 15년의 아픔을 하루에 다 녹일 수는 없겠지만 추억 돋는 장미꽃 찻잔이 위로가 되기를 기도했다. 그녀의 희망처럼 앞으로 즐거운 영화를 찍으며 웃을 날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추운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봄은 오고 여름도 온다. 문득 고즈넉한 찻집이 그립고 장미꽃 찻잔에 케냐커피가 간절할 날엔 그녀를 불러내 수다 한 판을 떨어야겠다. 봄꽃같은 환한 미소로 단숨에 달려 올 그녀! 언제나 기다리고 있을게.

 

 

 

<홍*심> 훈남의 미원커피 다시 읽어요~으~느끼ㅎ...

 

<구*선>ㅋㅋㅋ 미원커피, 사계책에 있는 이야기군요. 다시 읽어도 넘 재밌어요^^ 지난 날의 싱그럽던 시절 이야기가 읽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네요^^ 훈남은 기억하고 있을까~ 궁금해져요^^  

 

<이*희> 그 당시엔 집들이가 있었고, 남 사는것 동료가 사는곳이 궁금했으며 관심사였다. 지금은 민폐가 아닌지 고민 해야하고 남 사는것에 그닥 궁금해하지 않는다. 내가 더 살기 힘들어서인가 아니면 더 궁금한 더 알고싶은 것들이 넘쳐나서 일까...그 훈남분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까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맥심2 프리마2 설탕3 티스푼이 제 그당시 커피 스타일이었는데 ㅋㅋㅋ지금은 스틱이 나오고 빌딩마다 커피숍이 넘쳐나고, 추억으로 먹고 사는 나이가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