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앨범◑

백두대간 종주 15차 구간[늘재~비재]후기

싱싱돌이 2008. 9. 23. 11:31

 

백두대간 15차 구간[충북 보은, 경북 상주] 성공

*언제: 2008. 9. 21~22(토~일)무박 [22km, 14시간]

*코스: 늘재-밤터재-문장대-비로봉-형제봉-비재

 

<컨디션>

고열, 두통, 컨디션 난조를 이유로 이번 백두대간은 쉼표를 찍으려 했지만

총대장님, 변고문님의 철통 같은 군인정신엔 통하지 않았다. 약 한 줌 털어

넣고 정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버스에 올랐다.  

 

백두대간팀, 일반팀이 함께 출발한 속리산..반가운 대원들과 인사 나눈 뒤

깜빡 졸음과 싸우려는데 벌써 도착했단다(02:00)..부스스 졸린눈에 김밥을

먹고..눈 한번 붙이지 못한채 시뻘개진 눈으로 종주를 서둘렀다.  

 

<소나기> 

헉 그런데 밤하늘이 깜깜.. 반짝별 하나 보이지 않았다. 03:00 종주시작..

오늘 구간은 특히 조용히 지나가야 하는 이유가 있어 웃음소리 하나를

내도 조심스럽기만 했다.  

오늘은 컨디션 난조.. 빨리 걷지 못할테니 후미에 따라 붙기로 했다.

약 한 시간쯤 올랐을까? 갑자기 앞도 보이지 않게 소나기가 퍼부었다.

급하게 우의를 입고, 앞 사람 엉덩이만 보고 오르고 또 오르고...

머리위에 타닥타닥 떨어지는 빗방울 연주가 힘겨움을 달래주고 있었다.  

 

<개구멍>

비도 멎은 상태...좁은 숲을 헤치며 얼마나 지났을까? 집채만한 기암괴석이

보이는데 길은 안 보이고.. 어머나 그런데 코딱지만 바위틈(개구멍)을 빠져

나가야 한단다. 우의, 배낭을 모두 벗어 앞사람에게 전달하고 몸만 겨우 빠져

나가는데도 삐거덕 삐거덕..아~이럴줄 알았다면 진작 다이어트 좀 해둘걸...

날씬이건, 뚱땡이건 그곳을  통과해야 하니 시간이 지체되고 있었다.  

 

깜깜한 산에 해드랜턴 불빛만 반짝거리고, 나뭇잎 사각이는 소리가 요란했다.

이번 코스가 어려운 코스로 손 꼽는다는데 그런 정보 하나 없이 막연히 속리산

아름다움만 생각하려 했으니 바보처럼 또 속고 말았다.  

 

비명을 지를만큼  절벽바위에서 밧줄에 의지하며 아둥바둥 매달려 오르다

보니 팔 다리 부딪치고, 멍들고, 까지고... 게다가 숏다리 비애까지 맛봐야 했다.

다리가 좀 더 길었더라면 밧줄에 매달려 사뿐 땅을  밟을 수 있었을텐데.. 

 

어느새 날이 조금씩 밝아 오기 시작했다. 흐린 날이니 일출은 접어야 했고,

머리위에 무겁게 걸쳐 있던 해드랜턴을 끄고 겉옷도 하나씩 벗고 개구멍,

기암괴석, 숲을 오르락 내리락 수 없이 반복 하다 보니  

 

<문장대>

드디어 문장대 도착(세번 문장대 오르면 극락에 갈 수 있다는 전설이 있다고...)

맑은 날이었다면 기막힌 장관을 만났을텐데 사방 구름공연 감상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때 후미팀도 도착 짝꿍 터프님은 문장대 하늘까지 닿게 사랑의 메아리가

날라온다. 나두 사랑해~라고 답을  날려 보냈다.ㅋ 문장대 산장에서 일반팀과

종주팀 모두 만나 기쁨의 상봉을 니누고 또 종주를 서두르는데 자꾸만 배꼽시계

에서 종이 울렸다.  문장대 형제봉 사이에서 점심을 먹는데 다른때 꿀맛이었을

도시락이 모레알 씹는것 같다. 너무나 고단함이 입맛까지 상실... 그래도 남은

종주를 위해 억지로 먹고 커피도 한 잔 마시고 신발끈을 고쳐매고 또 올랐다. 

 

지도를 보도 또 봐도 갈 길이 멀긴 멀다. 얼마나 지루함에 몸을 떨어야 종주가

끝날지 "인내"로 버티어 내기엔 참으로 벅찬 시간이었다.

 

걷고 또 걷고..모든 대원  얼굴에선 웃음이 사라진지 오래...큰 바위 얼굴이

나타나더니 길이 없었다. 큰일이다..빽도 빽도를 외치며 형제봉 까지 후진

다시 대간길을 찾는데 성공했다.  

 

모든 대원이 긴 종주에 탈진 상태였고, 점남 큰언니도 지난 산행때 엉덩이

부상으로 힘든 종주를 견디고 계신데도 싱싱이 칠십리 들어간 눈이 안쓰럽

다며 걱정을 해주셨다. 딱 그 자리에서 주저 앉아 울고 싶은 마음뿐...  

 

<선두대장님>

맨 앞에서 이끌어 나가시는 선두대장님, 몇 배의 고생을 어깨에 짊어지고

더구나 부상까지 당하신 몸으로 조용하고 묵묵히 대원 안전을 위해 이끄시는

모습.. 뒤에 따라 가는 내내 콧날이 시큰해 혼났다. 헌 번 종주 해내기도 이렇게

벅찬데.. 선두대장님은 벌써 세번째 백두종주에 성공하셨다니 고개가 자동으로

숙여지고 존경심 마져 든다.. *부상 어서 왠쾌 하시길 빕니다*  

 

<간식타임>

어느만큼 오르다 간식타임이 왔다. 늘 보면 막판에 간식, 물이 없어 허둥대적

많은데 오늘은 고생한 경험이 빛을 발하는 순간...서로 아껴두었던 영양간식이

언니들 배낭에서 마구 쏟아져 나왔다. 당연 해외원정 다녀오신 왕언니의 지혜도

돋보였다. 후미팀이 도착 하려면 아직 멀었으니 좀 여유롭게 휴식타임을 즐겼다.

다시 오르고 내리고 하다 보니 계곡 하산길이 눈에 들어왔다.  

 

너무 힘든  나머지 그 길로 탈출하고 싶은데 멧돼지 공격을 받을거라 해 무섭고

두려웠고, 헬기라도 부른다면 어찌해야 할까? 몇초 사이 어찌나 갈등이 일던지...  

다른때 농담 한 마디로 분위기 업 시켜주시던 다람쥐님도 지친 기색 역력했고

조용히 길을 걸으실 뿐이었다. 

 

<종주 12시간이 넘었다>

새벽 3시 종주 시작해 어느새 오후 3시가 넘었다. 능선 하나 넘으면 탈출구가

보일까? 또 하나 넘으면 또 하나... 이번 능선이 마지막이었으면 간절히 바라지

영락 없이 또 실망...정말 미쳐버릴것 같은 심정..눈도 풀리고, 다리도 풀리고,

목소리도 변하고... 

 

그때 어디선가 아이쿠 우리 싱싱 도착하면 또 펑펑 울겠네..난 이미 마음안엔

수 없이 눈물홍수가 났는데 이 악물고 눈물은 보이지 않았다. 울보라 할까봐...  

 

발 밑엔 윤기 좔좔 흐르고 토실거리는 도토리가 너무나 많았지만 도토리 하나

집어 올릴 여력도 남아있지 않았다. 길은 포근했지만 경사가 심해 여기서 꽝

저기서 넘어지는 소리가 요란했고, 사방에 멧돼지가 파헤쳐 놓은 흔적은

너무나 선명했다.  

정말 셀 수도 없을 만큼

저 산만 넘으면~

저 산만 넘으면~

얼마나 주문을 걸고 또 걸었을까?

드디어 저 산아래 도로가 보였다. 

 

<깜짝 이벤트>

14시간의 긴 종주가 막을 내리는 내리는 순간...힘 다 빠진 발이 도로에 

닿았고 그때 코 앞에 시원한 샘물 한 컵 내미는 아름다운 손이 있었다.

먼저 하산한 대원께서 생각해 낸 기발한 아이디어에 눈에 이슬까지 매달렸다.

또 저 앞을 보니 백두종주대원 완주 테이프도 쳐져 있었다. 그 테잎을 끊고

통과해 보니 정말 나두 또 한 구간에 발자국을 남겼구나스스로에게 기특하다

박수를 보내주고 싶었다.  

 

옷을 갈아입고 주차장으로 가니 오늘의 별미 닭개장이 맛있게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여성대원(강태미님)이 준비하셨다는데 지친 대원에게 영양은

물론..그 맛도 끝내주었다.[그 맛과 고마움 오래 잊지 잊지 않을게요] 

 

닭개장에 소주 한 잔 마시고 올라오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40여명이

긴 시간 흘린 땀방울이 풍기는 쾌쾌한 향기가 버스에 가득 코를 마비시켜

놓았다.  

 

백두종주를 하는건 순전히 나의 힘만이 아니다. 컨디션 엉망으로

나선 종주길..14시간 자신의과의 싸움..어떻게 또 한 구간에 발자국을

찍었는지 아득하기만 하다. 그져 고맙고 감사할 뿐...

이번 구간은 매 순간이 감동적인 영화 한 편이어서 그 어느 구간 보다

오래오래 추억될것 같다.  함께 해주신 모든 백두종주대원 그대들의 

끈끈한 우정 고마웠어요~

 

총 지휘를 맡고 계신 호랑이 대장님..선두(삼별초)대장님..고문님..

늘 챙겨주시기 바쁜 여자 총무님..후미 담당 전철진 대장님, 중간 대장님..

정말 참으로 멋졌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 벙어리 바이올린 - 페이지
My love my love is your love 
어디에선가 그대와 함께 들었던 음악이 흐르죠 
햇살이 눈부셔 그대가 생각났어요 
내가 없는 오늘도 그댄 잘 지냈겠죠 
다시 또 그대의 환상이 밀려와 
이른 새벽녘까지 잠을 못 이룰 거예요 
그댈 잊겠다고 한 적 하루도 없었죠 
사랑해요 마지막 그 날까지 
my love 그대가 보고 싶어요 
그대가 보고싶어 죽을 것만 같아요 
누군가 그대를 잊었냐고 묻죠 
내 맘은 벙어리가 되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어요 
그댈 잊겠다고 한 적 하루도 없어요 
사랑해요 마지막 그 날까지 
my love 그대가 보고 싶어요 
그대가 보고싶어 죽을 것만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