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돌이일기◐

나의 이야기<6월>

싱싱돌이 2023. 7. 2. 16:14

6월 시 한편, 천상병 作 '장마-비여 용서해다오'

 

내 머리칼에 젖은 비

어깨에서 허리까지 줄달음치는 비

맥없이 늘어진 손바닥에도

억수로 비가 내리지 않느냐,

비여 나를 사랑해 다오

 

저녁이라 하긴 어둠 이슥한

심야라 하긴 무슨 빛 감도는

이 한밤의 골목 어귀를

온몸에 비를 맞으며 내가 가지 않느냐

비여 나를 용서해 다오

 

♡ 2023. 6/7(목)♡[큰언니 별세]

내 위로 언니 세 분, 그중에 첫째 언니가 돌아가셨다. 강원도에서 어려운 시절 세상에 오셔서 대전에서 터를 잡고, 자식 손자 거느리며 한많은 세월을 사셨다. 막내인 내가 지금까지 큰언니 얼굴을 본 것은 집안 경조사 때, 그리고 큰언니 아프실 때  얼굴 본 게 전부였다.  

 

큰언니는 요양원에서 6년을 버티셨다. 그곳에서는 직업 군인 손자, 직업 군인 며느리를 둔 할머니답게 군기 폴폴 풍기며 유쾌하게 지내셨다고 한다. 시원한 큰언니 성격이랑 닮았다.

 

이젠 나이 세 살씩 터울인 둘째,셋째 언니 두 분이 남았다. 세 언니들의 자식, 조카들은 나보다 한 두 살 많거나, 한 두 살 아래인 조카들도 있다. 언니들의 가족이 다 모이면 대가족인데 한  자리에 모인 적은 없다. 집안 경조사 때 얼굴 보는 정도이고 멀리 대전, 양구, 서울, 군포 등에 살고 있다.

 

막내인 나는 세 언니들과 엄마뻘 정도의 나이 차이가 난다. 큰 언니 장례식에 다녀온 셋째 언니는 '가는 것은 순서는 없다'고 말해 가슴 쿵한다. 나이 들면 20년 정도는 병치례 한다는데, 두 언니도 그 날까지 큰병 없이 행복하게 지내셨으면 좋겠다. 참 슬픈 날에 엄마 생각이 많이 난다(큰언니의 삼가 명복을 빕니다)

 

♡ 2023. 6/10(토)♡[군포 반월호수 둘레길, 홍종흔 베이커리]

즐거워도, 괴로워도, 슬퍼도 걷는다. 오늘은 큰언니의 슬픔을 애도하며 후배랑  ‘군포 반월호수 둘레길’을 한바퀴 돌았다. 호수 둘레길엔 해당화, 앙증맞은 꽃들이 반겨주고, 중간중간 ‘행운을 빌어, 변치말자, 사랑해, 고마워’등의 재치있는 문구가 위로를 준다. 가까운 곳에 이렇게 멋진 호수가 있었네.

 

이어 산속에 위치한 옛스러운 빵집(홍종흔 베이커리)에 들렀다. 소나무 분재와 고궁 분위기의 인테리어도 일품이네. 야외 테라스에서 갓 구워낸 촉촉한 빵을 먹으면서 보니 새소리도 들리고 보리수 열매도 빨갛게 익었네. 사방 초록초록한 풍경에 눈도 시원하고 고단함이 녹는다.

 

♡ 2023. 6/15(목)♡[개엄마]

오늘 산책길에 역대급 개엄마를 만났다. 안양대교에서 만안교 사이 산책길이 새로 조성되고,  요즘엔 이곳 예쁜 길을 걷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나는 밤 8시에 운동 끝나고 오면서 이 길을 한바퀴 돌아오는데 코앞에서 만난 개엄마 정말 한방 때려주고 싶더라. 

 

자기 개가 싸놓은 똥을 치우지 않고 슬쩍 도망가려다 어떤 남자에게 딱 걸렸다. 그 남자가 똥을 치우고 가라고 소리를 지르자, 개엄마는 ‘참견마! 왜 나만 갖고 그래! 딴 사람들도 다 그냥 지나가!..’ 눈 동그랗게 뜨고 반말욕을 하면서  싸움이 시작됐다. 지나가던 또 다른 부부가  ‘똥은 치우셔야죠. 그게 상식이지!’ ..그때도  개엄마는 또 사납게 '아니 이것들이 날 잡았나, 동물을 사랑할 줄 모르고 쯧쯧...!' 라며 달려들어 전쟁이 나고 말았다. 

 

개엄마 우겨대는 것도 역대급, 찰진 욕도 역대급, 목소리도 역대급,,,똥을 치우겠다고 한 마디만 했어도 넘어갈 일인데, 쌈닭처럼 달려드니,,,사람들 구름처럼 모여들고 경찰관이 출동했는데도 분을 삭이지 못하는 개엄마,,,그동안 개엄마, 개빠들의 몰상식은 질릴만큼 봤지만 오늘같은 영화는 처음 본다.

 

걷다보면 천지에 개똥이 밟힌다. 예전엔 담배 꽁초가 많았는데, 요즘 개똥이 더 많은 것 같다. 예쁜 산책길이 완전 개판이 돼버렸다. 산책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개엄마들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야간엔 술주정뱅이에  몰상식한 개엄마들까지, 잠을 못잘 정도라고,,,우리 국민 수준이 아직 이 정도라니 정말 부끄럽다. 

 

 ♡ 2023. 6/16(금)♡[라디오 토론]

오늘 라디오에서 토론자로 나섰다 ‘불편한 상사랑 소고기 먹기 VS 편한 동료랑 컵라면 먹기’ 로 토론했는데, 나는 조금 불편해도 상사와 소고기를 먹는다’를 주장했다. 투표 결과 상대방 강원도 대표의 '편한 동료랑 라면 먹기'를 선택한 사람이 3명 더 많았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청취자 의견을 보면서 토론하는 재미 아주 꿀잼이이었다.  

 

♡ 2022. 6/22(목)♡[배미향의 저녁스케치-내가 사랑한 노래들]

5월엔 꽃들이 순서없이 피어나 꽃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이었다면, 6월은 초록초록한 나무, 들꽃들이 손짓해 보기만해도 좋습니다. 꿀바람 불어주니 산책하기도 너무 좋은데요. 며칠전 산책길에서 네잎 클로버를 만났어요.한자리에서 3개씩을요. 

 

'행운은 마음의 준비를 하는 사람에게만 미소를 짓는다(루이 파스퇴르의 말)'고 하는데, 저도 행운 맞을 준비하고 나섰더니 행운이 저한테 왔나봐요. 산책길에 감상하면 좋을만한, 행운이 올 것 같은 팝송을 추천합니다. 오래된 귀에 익은 곡들인데요. 가사도 음미해보면 즐거운 감상이 될 거 같아요.

 

1. Reality / Richard Sanderson

2. Eres Tu / Mocedades

3. Just The Two Of Us / Bill Withers

 

♡2023. 6/28(수)♡[안양시 체조교실, 박석교 에어로빅]
매일밤 박석교 아래서 별, 달보면서 운동한다. 오늘은 학생들이 와서 영상을 찍길래, 폰을 줬더니 내 영상도 요렇게 담아주었다. 길이는 15초 컷했다. 열정 강사와 150여명의 회원들의 즐거운 화음이 밤하늘로 훨훨 날아간다. 마음이 즐거우면 되는거야!

 

♡2023. 6/30(금)♡[옛동료]

평촌에서 업무 보다가 옛동료를 깜짝 만났다. 은퇴후 소설을 쓰기 시작했단다. 반갑고 스스럼 없고,,,날샐 정도로 이야기가 많다. 오늘 나눈 이야기만해도 장편 나오겠네. 역사가 될만한 새소식도 많이 들었고, 내 안에 묻어두었던 영화가 될만한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올해가 절반이 접히는 날, 쏟아지는 메시지 중에 '2023년 버스정류장 문학글판 선정' 반갑다. 2023년을 반으로 접으며, 또 새 반년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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