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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냥 빚도 갚는 우리말 예절^^

싱싱돌이 2012. 2. 5. 22:13

천 냥 빚도 갚는 우리말 예절/글:조항범 충북대 국문과 교수

 

“회식비 30만원이세요"

“그건 5만원이세요?” 이제 이렇게 하지 않으면 백화점이 아니다. “5만원이에요” 라는 정상(?)적인 높임법은 동네 슈퍼에서나 들을 수 있다. 일부에서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퍼져나간다. 지금은 많은 사람의 귀에 익숙해졌다. 은행에서 “이자율 높으세요.”라는 말을 듣는다. 주차장에서는 “만차이십니다” 라고 한다. 손님인 나를 높이지 않고 물건을 높인다. 어색하지만 친절하게 대하려는 의도를 알기 때문에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애매하다. 이런 과잉 존대는 공공 기관에서까지 당연한 듯 사용하고 있다. 동사무소에서 주민등록등본을 떼면 “400원이세요”라는 말을 듣는다.  

 

어떤 국어학자는 우리말 높임법이 어려워서 생긴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그래서 쉽게 쓰려다 보니 나타났다는 것이다. 어떤 학자는 “-시-”의 쓰임새가 넓어졌다고 보기도 한다. 정말 넓어지고 있다. 과할 정도다. 음식점에 갔더니 “이리 오실게요”라고 한다. 병원에서는 “돌아누우실게요.” 였다.

 

“이리 오세요”, “돌아 누우세요”라고 하지 않았다. “다시 연락할게”에서 처럼 “-ㄹ게”는 상대가 할 표현이다. 내가 해야 하는 표현을 상대가 한다. 아니 해준다. 이제 높임말로 포장된 우리 사회의 친절은 차고 넘친다. 백화점이나 음식점 등에서는 친절을 이용해 상품을 판다. 그래서 전략적으로 과하게 높여 말한다. 그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것도 아니다. 하지만 사무실에서까지 과한 높임말이 꼭 필요한지는 모두가 생각해 볼 일이다. 

 

홍길동 총무부장입니다?

승진을 하면 많은 축하를 받는다. 자리가 바뀐만큼 인사할 일도 많아진다. 여러 사람 앞에 서는 일도 종종 있다. 그런데 만만찮은 인사말이다. 먼저 호칭이나 지칭부터 적잖게 신경이 쓰인다. 언젠가 한 행사에서 오랜만에 아는 아나운서를 만났다. 후배였다. “끝나고 점심이나 같이 해“. ”좋지요.“ 행사가 끝났으나 이 아나운서는 무대 근처에서 누군가와 오랫동안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점심을 먹으러 가면서 물었다. ”무슨 얘긴데 그렇게 길어?“ “교육 좀 받았습니다. 하나 배웠지요.” 

 

행사를 시작하면서 무대에서 자신을 소개했다. 이름을 말한 뒤에 “아나운서”라는 직책을 보았다. 그 자리에 교육열 높은(?)교수도 한 분 앉아 있었다. 행사가 끝나자 그 교수가 아나운서에게 한 마디 건넸다. “아나운서 OOO입니다”라고 해야 옳습니다.“ 그러지 않고 반대로 하면 자신을 높이는 꼴이 된다는 거였다. 남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는 대개 자신을 낮추는게 예의다. 듣는 쪽을 배려한다면 ”홍길동 총무부장입니다“ 보다는 ”총무부장 홍길동입니다“라고 해야 한다. 일상에선 반말이 아니라면 대부분 ”안녕하세요“ 같은 ”해요체“를 쓴다. 격의 없고 친근감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 앞이고, 격식이 필요한 곳에서 ”안녕하세요“ 투는 곤란하다. ”안녕하세요. 홍길동 총무부장입니다“라고 하면 멋쩍어진다. 안녕하십니까 총무부장 홍길동입니다”라고 해야 분위기가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