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돌이일기◐

추석 성묘^^

싱싱돌이 2010. 9. 23. 14:58

 

                                       <낙산사 바다>

 

2010. 9. 22(추석 성묘-양양)

어젯밤 밤새 물폭탄이 무서웠다. 오늘 성묘 엄청 걱정했는데 회색빛 하늘에 너무 좋았다. 이른새벽 서둘러 속초에 도착하니 9시 40분...논스톱 그냥 날라갔다.(속초까지 2시간40분) 그러나 추석차례 마치고 출발한 울산가족은 12시가 넘어야 도착한단다.

 

기다리는 사이 낙산사로 갔다. 파란바다 철썩파도, 드넓은 모레사장 가슴이 싸아~뚫리듯 시원했다. 날씨는 쌀쌀했지만 톡 쏘는 파란 바다내음 얼마만에 맡아보는지...친지, 가족, 연인들...특희 외국인들이 사진 좀 찍어달라는 부탁이 줄을 이었다. 고향 낙산 바람을 코에 가득 밀어넣고 바로 옆에 있는 양양 곤충생태관으로 갔다. 

와~ 장수풍뎅이,사마귀, 메뚜기,나비 신비한 곤충들, 외국 곤충들 까지 눈을 즐겁게 했다. 그러는 사이 울산오빠 가족이 낙산사에 도착했다. 오래 탄 차를 중후한 매력넘치는 차로 바꾸었네..차도 못알아볼 뻔 했다.(주연이 선물이라고...)

 

엄마 산소 오르는 길 졸졸 도랑물이 다리를 놔야할 만큼 물이 많을걸 보니 양양에도 비가 엄청 많이 내린 모양이다. 누런 황금 들판 벼는 무게를 가누지 못해 고개를 떨구고, 메뚜기는 어찌나 많은지 여기서 푸득 저기서 푸득거린다. 몰래 숨어있던 까투리 날개짓에 놀라고, 청개구리 물구나무 생쇼 장면은 모두 웃음보를 자극했다.

 

앞에 헉헉 거리며 산을 오르는 울산 오빠는 운동부족이라는데 완전 곰 허리다.ㅋ엄마 산소 앞에 가서 언제나 처럼 " 어머니 저희 왔어요" 합창을 하니 엄마는 또 "먼길 오느라 고생했다"  "반갑다"다"며 이슬비를 촉촉 뿌려주셨다(갈때 마다 꼭...)초록잔디는 예쁘게 살아서 벌초하고 나니 파르라니 너무 예뻤다. 이번엔 예초기에 기름도 가득 넣어놓은 남선오빠...덕분에 산소로 오르는 길까지 시원하게 다듬었다. 울산오빠는 기계 다루는 솜씨는 수원오빠 따라올 수 없다. 큰소리만 뻥뻥 치고 숨만 헐떡 거리고  완전 기계치다. 그래도 처음 해봤는데  이만하면 잘하지 뭐!! 수원오빠 빈자리가 느껴진다. 예전에 다친 허리가 많이 아프다는데 걱정이다.  

 

성묘 마치고 나서 엄마산소 앞에 모두 둘러앉아 맛난 음식을 즐겼다. 내가 쑤어간 도토리묵은 당연 인기 최고...4시간 동안 성묘 마치고 "이제 저희 가보겠습니다"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하니 엄마 눈물 또 살짝...평소에 엄마 모습이 생각나 나도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내년엔  엄마가 좋아하시던 꽃을 들고 가야겠다.

 

돌아오는 길 마을 친척집 마다 인사하러 갔다. 범동이 할아버지댁 마당엔 주렁주렁 감이 노랗게 익어가고 있었고, 범동할아버지는 얼굴에 주름 하나 없이 뺑뺑하시다. 남선오빠집 마당엔 차가 다섯대...추석을 맞아 온 가족들이 모두 모여들었나 보다. 용근오빠집은 고요한 정적뿐...아침 차례 지내고 술 좋아하는 용근오빠 진하게 한 잔 걸치고 비몽사몽 공자를 만나고 있는 중이었다. 울산오빠만 보면 고래고기 좀 사오라 했다는데...용근오빠 엉뚱함에 늘 웃음을 못참겠다ㅋ 

 

수길아저씨집 마당에도 차가 여러대..막 잠이 드셨다고 해 발길을 돌렸고 마지막으로 천복이네 집에 갔다. 천복이 엄마 날  한 눈에 날 알아 보시고 정말 버선발로 나오셔서 반갑게 맞아주셨다. 저녁 먹고 가라며 손을 꼭 붙들고 놓아 주지도 않으시고...간신히 인사만 하고 낙산사로 와서 저녁을 먹었다. 시골 가면 마음이 한 없이 평화로워 지고 인정 넘치는 모습들 너무나 좋다. 특이한 것은 고향분들 어쩜 한결같이 늙지도 않으시고 예쁘신지...그때 큰오빠 한 마디 " 모두 산삼을 드셨나  신기하네" 건강한 모습 좋다.

 

청국장집 청국장 맛에 뿅 가서 결국 잘 띠운 청국장 하나씩 샀다. 청국장집에 딱 마주친 고향 어른분도 우리에게 싸게 준거라며 거들었다. 입소문이 나서 그집 청국장은 없어서 못팔 정도라고...오늘아침 끓여 맛보니 와~정말 맛있다. 청국장 주인이 말한대로 한번씩 먹을양으로  포장해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한참동안 몸에 좋은 청국장 즐겨야지...

 

울산오빠도 야간운전이 힘들다며 서둘러 떠났다. 몸이 두개라면 좋겠다는 오빠는 내일도 근무 해야 한다고...나도 바로 출발(7시) 11시에 안전하게 귀가했다.(교통걱정 없이...)  종일 날씨 궂을까 조마조마 했는데 고맙다. 집에오니  하늘에  보름달이 휘영청 떠올랐다. 올핸 보름달 못 볼줄 알았는데 이런 행운이...달님은 매년 내 소원을 다 듣고 계시지만 아직 들어 주지는 않는다.ㅋ 그래도 또 세 가지 소원을 꺼내 조용히 빌고 울산조카에게 "재현아 너도 어서 소원 세 가지 빌어!~하고 문자를 날리니  "고모  이곳에 비가 펑펑 내려요. 고모가 소원도 빌어주세요" 그럼~ 추석 하루를 알뜰하게 이틀처럼 보내고 조용히 접는다.<피곤>

 

                            <까만하늘에 보름달...핸폰으로 찰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