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나의이야기<5월>
싱싱돌이 이야기<5월>
5월 시 한 편, 정진규 '별' 전
별들의 바탕은 어둠이 마땅하다
대낮에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별들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어둠인 사람들에게만
별들이 보인다
지금 어둠인 사람들만
별들을 낳을 수 있다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어둡다.
♡2025. 5/31(토)♡[도서관 근무 한 달째]
석수도서관은 20년 넘게 나와 인연이 깊다. 좋은 도서관이 곁에 있으니(도세권) 늘 마음 든든한 느낌, 책을 좋아해 멋진 도서관에서 근무를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실제 근무해보니 멀리서 보면 “지성인의 전당, 가까이에서 보니 고단한 노동의 전당(나의 체험에서 나온 말)”이더라.
감정+ 육체 노동의 강도가 최고다. 평일은 어린이자료실, 주말은 종합자료실에 근무하는데, 2곳 모두 이용자가 가장 많고 책 무게도 상당해 체력이 좋아야 견딜 수 있다. 매일 빡쎄게 "4고 책을(찾고, 꽂고, 싸고, 닦고)" 업무를 반복한다. 첫 날은 허둥거리다 책을 못찾고 퇴근했는데, 그게 마음에 걸려 잠을 이루지 못했다.
처음에 사서는 이 일을 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그날은 옆에서 책을 올바르게 꽂는지 눈 크게 뜨고 지켜보고 있으니 더 긴장해 실수를 빵빵하고 말았다. 책을 잘못 꽂으면 온 도서관을 뒤져야하니 정말 잘 꽂아야 하는 건 맞다. 책이 눈에 하나도 안 들어오고, 책 한 권 찾는 것도, 꽂는것도 눈앞이 하얘지고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땀을 한 가마니쯤 흘렸다.
처음엔 퇴근하면 바로 골아떨어져 코 골면서 잤다. 안 쓰던 근육들이 놀라서 춤추듯 일어나 온몸 곳곳이 쑤시고 너무 아팠다. 그동안 공무원, 방송 일 등 여러 일을 하다가 퇴직하고 잠시 쉬었다. 그러다가 닭알 두 판의 나이에 낯설고 새로운 업무를 하다보니 스트레스, 긴장감이 최대치로 올랐다.
좌충우돌 한 달이 눈깜짝 지나고 드뎌 월급명세표를 받았다. 한 달 동안 허둥거리고, 콩닥거렸던 "찐한 노동의 댓가" 가슴 벅차고 눈물이 난다. 오늘은 종합자료실에서 5월 마지막 날 근무를 한다. 창밖에 나뭇잎들이 싱그럽게 흔들리는 게 눈에 들어오고 이젠 제법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내가 실수할까봐 걱정하던 시선들도 온화하게 바뀌었다. 그렇게 안 보이던 책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청구기호만 보고 그 위치로 바로 달려가는 사서들처럼 그런 예술적 경지는 아니지만, 이제 내 눈에도 책이 들어오고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도서관에서 내가 포기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였는데, 한 달 잘 참고, 잘 견뎠다.
처음 며칠은 5시간 동안 쉴새없이 책을 꽂았다. 눈알이 빠질 것 같고, 온 신경을 초집중 해야하고 정말 힘들었다. 돈 벌기 힘들다는 걸 새삼 느끼며 나를 수시로 다독거렸다. 여름 방학동안은 도서관이 최고 붐비는 시기라 근무를 기피하는 사람도 있는데, 난 그냥 힘들면 힘든대로 즐겨보기로 했다. 너무 힘들지만 일 마치고 나면 보람도 살짝 따라오니 그 짜릿함 그냥...일하다 보니 그동안의 나의 경험들은 거의 다른 세상에 있었더라. 도서관, 또 다른 세상에서 앞으로 아무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4고"를 한다(좀 힘들다)
근무하면서 오랜 인연도 만났다. 도서관 초대 관장님도 깜짝 방문오셔서 얼굴도 보고, 10년 전 문학반 그녀도 청소년 상담사로 봉사와서 묵은 이야기 풀었다. 조카랑 똑 닮은 사회복무요원은 옆에 붙어 차근차근 업무를 알려주었다. 어디 말 붙일 곳 하나 없이 외롭게 근무하고 있는데, 고맙다. 이외 한 달 동안 다양한 도서관 이야기가 드라마(?)를 만들만큼 많이 생겼다.
단기 근로, 하루 5시간 근무지만 다 뒤로하고 즐겁게 일해볼거야. 관장님도 내가 잘할 것 같다고 응원해주셔서 나도 즐겁게 일해보겠다고 인사드렸지. 사서 분들도 친절하고, 질문하면 대답도 잘해주신다. "힘들면 말씀하세요" 이 말이 참 고맙더라. 정신없이 일하다 문득 창밖을 보면 새들은 정답게 재잘거리고, 나무들은 가지를 팔랑거리며 힘내라고 응원을 해준다. 산을 둘러싸고 있는 늘푸른 도서관에서 즐겁게 업무를 잘 마치고 싶다. 싱싱돌이 한 달 동안 고생 많았어(토닥토닥)! 앞으로 아무일 일어나지 않길 바라고,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