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돌이일기◐

나의 이야기<10월>

싱싱돌이 2020. 10. 31. 19:39

싱싱돌이 이야기<10월>

 

♡2020. 10. 8(목)♡[버스 정류장 문학글판]

 

[가을이다-전옥자]

 

뜨겁고 향기있는 커피가 부쩍

맛있게 느껴지는 걸 보니 가을이다

 

이유없이 옛 철길을 바라보는 시간이 늘어나고

차가운 것에서 뜨거운 것으로

옮기는 걸 보니 가을이다

 

전염병 최일선에서 계절을 잊은 그대들에게

엽서 한장 쓰고 싶은 가을이다

가을 햇살을 투명한 병에 담아

고마운 그대들에게 보내주고 싶은 가을이다

 

움츠려든 마음 하늘 끝까지 닿게

크게 웃어보고 싶은 가을이다

참 고마운 가을이다

 

♡ 글판은 안양시 버스정류장 3곳에 설치되었다.

부흥고등학교(상-10024), 새중앙교회(10255),

청록 웨딩부페, 군포사거리(10075)

 

♡2020. 10/9(목)♡[한글날]

오늘 모처럼 집에 태극기를 달았다. 청명한 하늘 아래 펄럭이는 태극기를 보니 뭉클하다. 오늘 날씨는 애국가에 나오는 날씨랑 똑같다.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 밝은 달은 우리 가슴 일편단심일세" 한글날, 세종대왕의 애민정신과 주시경 선생님이 남긴 깊은 뜻을 새겨본다. "말과 글이 거칠면 그 나라 사람의 뜻과 일이 다 거칠어지고, 말과 글이 다스려지면 그 나라 사람의 뜻과 일도 다스려지리라"

 

♡2020. 10/10(토)♡[한의원에 가면]

한의원, 인연 맺고 단골한지 15년 정도 되었다. 찌푸둥할 때 한의원 가서 침 한방 맞으면 거뜬해지고 좋다. 워낙 말수 적은 원장님, 어떤 날은 말 소리 한 번 들어보지 못하고 침을 맞은 적도 있다. 워낙 조용하시고 침술도 훌륭하시니 나처럼 오랜 단골 환자도 많다.

 

오랜 단골들은 원장님을 보고 가는 것이지, 직원들은 신경도 안 쓴다. 그동안 접수대에 직원도 수차례 바뀌고, 최근 들어 바뀐 접수 직원, 그냥 묻는 말 대답에도 화가 묻어난다. 말씨가 메몰차다 못해 정나미가 떨어진다. 언젠가 내가 묻는 말에도 대답을 무시해 내가 한 번 큰소리를 낸적 있었다.

 

대부분 연세 있는 분들이 단골환자인데, 그분들은 경노 우대 같은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기계처럼 움직여지는 틀속에서 침을 맞고 정산하고 한의원을 나오고, 환자로 가서 하나처럼 로봇처럼 움직이며 치료를 받고 있다. 어떤 인간미 하나 찾아볼 수 없는 그 중심엔 바로 접수대 직원이 있다. 병원 근무는 절대 어울리지 않아보이는데 행정업무 처리 능력은 뛰어난지 한의원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환자들은 처음엔 황당해 하다가 이젠 그 모습도 익숙해져 입도 뻥끗하지 않는다. 대부분 불편함이 한쪽 가슴에 있는데, 한의원을 다닐 수 밖에 없다보니 그냥 치료에만 집중하는 거다. 접수대 직원이 원래 성격이 저렇다며 눈을 깜빡이는 어른들, 그러면서 문을 나와서는 "냉혈인간도 저러진 않는다"며 고개를 가로 젖는다. 어른들 말씀이 '언중유골(예사로운 말 속에 단단한 속뜻이 들어 있음을 이르는 말)'이다.  

 

원장님을 찾는 환자들은 많아서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접수대 직원, 뭐라고 설명할 순 없지만 정말 특이해서 보는 자체가 부담스럽다. 언젠가 그녀가 휴가였는지 접수대에 없었는데 마음이 그렇게 편하더라. 한의원 직원은 엄격한 기준이나 자격이 있는 사람을 뽑은 것 같진 않고, 그냥 친분 있는 지인이나 교회 다니는 사람들로 채워진 것 같다. 언제까지 이런 웃기지도 않은 갑질을 참아줘야 하는지, 성격도 쉽게 바뀌지도  않을 것 같은데,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은 순전히 환자들의 몫이다.   

 

♡2020. 10/15(목)♡[옛동료랑 예술공원에서]

함께 일하땐 잘 몰랐는데,,,개인적인 이야기 할 기회 없어서 그랬나? 오늘 옛동료랑 예술공원에서 가을을 맞았다. 쌀쌀했지만 하늘은 최고 예뻤던 날, 우리는 보양식(백숙)을 먹고 대화 삼매경에 빠졌다. 곧 나이 60이 된다는  Jo선배,  세상 동안이고 40대 정도 밖에 안보인다. 늘 당당, 자신감  넘치고 멋져 보였는데 오늘 처음 알았다. 과거에 아나운서였다고...

 

엄마의 뜻에 따라 독일유학을 하고 음대를 졸업했고, 지금은 전공과는 무관한 삶을 살고 있지만 너무나 좋아 보이는..그래서 언니가 여행을 좋아했구나. 놀라워, 감춰진 비밀...언니는 굉장히 이성적이고 반듯하다. 아름다운가게에서 일주일 한번 봉사하는 이야기도 재미있다.

 

영종도 동료도 주말마다 영월 세컨하우스를 오가면서 소소한 행복을 맛보며 살고있다. 나이 들면서 전원생활을  좋아하는구나. 둘 다 여유로움이 좋아보인다. 집으로  오는길, 맑은물에 왜가리가 왜 저렇게 예쁜지 마음을 다 빼앗네. 우울한 마음이 도망간다.  안양천변에 새로 생긴 화장실, 음악이 흐르고 뜨거운 물 나오고, 분명히 좋은 변화인데 벌써 관리가 안되서 엉망이네. 

 

♡2020. 10/23(화)♡[사람이 좋다-명인들의 삶과 이야기 공유프로젝트]

지난달<방짜유기 이형근 명인>취재한 게 오늘 책으로 나왔다. 방짜유기부터 평양검무까지 7개 분야를, 7개팀이 취재하고 사진과 함께 글을 실었다. 해단식에서 취재 뒷이야기도 나누고 초밥 도시락도 먹고 돌아왔다. 열정적으로 참여했던 우리팀은 한명이 참석 못했네. 기획을 맡았던 조은주 씨, 그리고 우리<방짜유기팀-대학생 둘 참여>팀 모두 고생 많았다.

 

♡2020. 10/31(토)♡[대봉감]

10월의 마지막 날, 강원도 동해시 지가리 마을 대봉감,,,태풍으로 대봉감 작황도 좋지 않았다는데 탱글탱글 때깔 예쁘네. 연로한 전돈학 기자님이 농사하신 대봉감, 올해도 영락없이 상자가 넘칠만큼 정성 꽉 채워주셨다. 곶감도 만들고, 홍시도 만들어야지. 지금은 달콤한 대봉감 계절, 10월의 어느 멋진 가을이다. 잘 먹을게요<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