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야 미안해<저녁스케치>
♡2020. 7/2(목)♡[세탁기야 미안해-CBS 저녁스케치, 내 삶의 길목에서-전옥자]
세탁기에서 빨래가 다 됐다는 신호음이 울립니다. 이제 탈탈 털어 널기만 하면 되는데 세탁기 뚜껑을 열다가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세탁물마다 솜사탕처럼, 눈가루처럼 온통 하얗습니다. 그제사 어제 일이 생각났습니다. 마트에 가면서 청바지에 넣어둔 휴지 2장, 지폐를 꺼내지 않고 그냥 돌린 겁니다.
작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도 반바지 주머니에 지폐를 넣은 줄 모르고 바로 옷수거함에 넣었습니다.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이웃분들이 우르르 몰려와 힘을 모아 수거함을 거꾸로 뒤집어서 돈을 찾아주셨습니다. 수거함이 입구는 좁고, 어찌나 무겁던지...아마 이웃분들이 아니었다면 돈 4만원은 찾지 못했을 거예요. 한여름날 땀을 뻘뻘 흘리며 고생한 이웃분들에게 반바지에서 나온 돈으로 수박을 사서 나눠먹었습니다.
그날 이후 세탁전 주머니 점검은 필수였는데 이번엔 또 실수를 한겁니다. 내 머리를 콩콩 쥐어박으며 세탁물에서 휴지 조각 하나하나 떼어내느라 진땀을 뺐네요. 그래도 다행히 지폐는 젖은채 주머니에 얌전하게 있었습니다. 드라이기로 말리면서 지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언제 떨어졌는지 모를 동전도 세탁기 바닥에서 돌돌 소리를 내고 있더라구요.
에휴 저희집 세탁기 주인 잘못 만나 고생이 많습니다. “애~ 너도 고생이 많다” 세탁기 배를 통통 두드려 줬네요. 세탁기가 그러니까 우리집에 온지가 8년이 지났네요. 안그래도 요즘에 ‘저 힘들거든요’ 하면서 신음 소리를 내는데 내가 너무 세탁기를 혹독하게 다뤘나 싶습니다.
이제는 양말 뒤집어 벗지 않기, 세탁전 주머니 살피기 등 같은 실수 반복하지 말자고 주문을 외웁니다. 일기에다 ‘오늘 나의 귀여운 실수’라고 적어두었습니다. 물티슈 2장을 세탁기에 넣고 돌리면 불순물 제거에 효과가 있다고 이웃분들이 알려주던데 그렇게 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