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지◐

2020, 커피, 해변을 담다<해군지 5월호>

싱싱돌이 2020. 5. 26. 10:57

2020년 해군지 5월호

<커피, 해변을 담다-전옥자>

 

불과 몇 달전만 해도 커피도시 강릉여행을 꿈꾸면서 들떠있었다. 해변에서 바닷바람과 우아하게 마시는 커피가 그리울 때 우리는 강릉 커피도시를 찾았다. 코에 시원한 바닷바람을 담고 해변을 벗삼아 마시는 커피는 일상이 주는 즐거움이었다. 지금은 코로나 19로 인해 그러한 일상들이 올스톱되어 거의 전시상황에 있는 것처럼 느끼다보니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바싹 움츠려들고 있다 

 

나는 한 두잔, 커피를 꽤 즐기는 편이다. 고단한 일상에서 커피는 세상근심을 잊게한다. 커피의 나라 터키사람들도 왕자의 섬이나 보스포루스 해협에서 삼삼오오 커피를 즐겨마신다. 손님에게 가장 먼저 커피를 대접하고 커피 한 잔에 온가족이 즐거워한다. 하루 시작은 커피향을 맡으며 시작한다. 빈부를 막론하고 누구나 커피를 즐긴다. 커피를 함께 마시면 40년을 기억한다는 그들에겐 커피는 삶이고 윤활유가 되었다 

 

우리나라 강릉에도 아름다운 커피마을이 있다. 바닷가 마을이 커피마을이 되면서 자연풍광과 어우러져 낭만을 더한다. 커피콩 하나 나지않던 강릉이 언제 이렇게 커피도시로 진화했을까. 금방 볶은 커피는 낙엽 타는 냄새같은 구수함이 코를 마비시켜 놓는다

 

어느순간 횟집보다 앙증맞은 커피 전문점이 늘어나고 바다를 담아 커피를 마시는 그 순간을 추억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강릉 커피마을도 많이 변모했다. 커피를 볶고 내리고 마셔보기, 골목마다, 거리마다, 바다마다 은은한 커피향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알면 알수록 커피매력에 쏙 빠져든다. 요즘처럼 은둔생활 하듯 정해진 한곳에서만 즐기는 커피는 답답하다. 인생도 알고보면 달콤쌉싸름한 커피를 닮은 듯하다. 일상을 채우고 마음을 달래주는 커피는 내일을 설레게한다. 업무능력도 향상시켜 주고 뇌의 활동도 활발하게 올려준다 

 

코로나19 상황이 멈추면 우선 해변에서 마음 놓고 커피를 즐기고 싶다. 모두가 힘든 지금 함께 식사하고 커피 마시고 포옹하고 한국적 정서가 멀어지는 게 안타깝다. 대신 안부없던 친구에게 전화가 오고 사람간에 마음의 거리는 가까워진 것 같다 

 

봄은 어김없이 찾아와 봄꽃들이 방글거린다. 진해 군항제도 취소되고 제발 꽃구경 오지 마세요하고 당부하는데 굳이 꽃구경을 떠나는 분들 때문에 걱정이 많다고 한다. 

 

일상의 소중함이 간절한 요즘, 코로나 19 위기극복을 위해 모두 고군분투 하고 있다. 세상 근심걱정 없이 해변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그날이, 소소한 일상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그날이 오래 걸리지 않기를 두 손 모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