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10차구간 후기, 사진[개인, 단체, 풍경]
백두대간 종주 10차구간 성공^^
일시: 2008. 2. 16~ 17(토~일)무박
코스: 부항령- 삼도봉- 밀목재-우두령 (약 18Km , 10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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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종주 10차구간 성공^^
일시: 2008. 2. 16~ 17(토~일)무박
코스: 부항령- 삼도봉- 밀목재-우두령 (약 18Km , 10시간)
입춘도 지났으니 풀릿듯 한 날씨임에도 주말날씨는 여전히 춥단다. 밤에 출발해야 하는걸 감안해 낮에 미리 두 시간 정도 자두었다. 배낭을 챙겨 버스에 올랐다. 히터 바로 옆자리.. 얼굴, 엉덩이 딸기처럼 새빨갛게 다 익었다.
밤 11시 출발한 버스는 논스톱으로 달려 종주 출발지점에 도착했다. 오늘 날씨 좋겠다는 걸 금방 알수 있었던건 밤 하늘 총총 별이었다. 별 선물 한 아름 받으니 기분도 상큼 좋았다. 버스속에서 군대식 아침(04:00)을 먹고 스트레칭까지 마쳤다. 종주 하기 전 두렵고, 떨리고, 셀레임 어쩔 수 없었다. 아마도 종주대원들 마음도 나와 같을것이다. 산에 눈이 많아 시작부터 스펫츠와 아이젠을 채웠다.
칠흑 처럼 어두운 산을 오르기 시작(05:00)~대원들 머리 위에서 반짝 헤드렌턴 불빛과 까만하늘, 하얀눈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 루었다. 앞사람 꽁무니만 보고 오르다 앗! 하고 비명을 질렀다. 마른 나뭇가지가 얼굴을 심하게 강타한 것이다. 다행스럽게 상처는 내지 않았지만 자칫 눈을 다칠뻔 했다. 오르는 동안 좁은길 옆으로 나뭇가지 공격은 쉼 없이 계속되었다.
깜깜한 산 정신없이 오르다 한 숨을 고르는 사이 순식간에 앞 대원을 놓쳐 버렸다. 발에 발동기를 달았을지 확인 해보고 싶다. 눈썹 휘날리게 내달리는 선두구룹팀 그 싱싱함 놀라울 뿐이다. 첫 번째 간식타임~변고문이 직접 제조해 오신 쵸코쿠키를 골고루 나누어주셨다. 배낭에 넣어 두었던 물병은 꽁꽁 얼어 물 한 방울을 마실 수 없었다.
이젠 절벽 내리막길을 만났다. 허벅지 까지 올라오는 눈, 한 발만 잘 못 딛어도 낭떠러지로 화살처럼 날아갈것 같은 아슬아슬한 절벽 코스를 지날때 어찌나 겁이 나던지 온 전신에 맥이 빠지고 다리도 달달 떨렸다. 나뭇가지 힘을 받아 의지한 채 겨우겨우 한 발씩 딛어 절벽은 무사하게 내려왔다.
수 없이 이어지는 깔딱고개 능선을 지나 또 한 번 맞는 간식타임..사방 눈밭이라 배낭 하나 내려 놓을 장소도 마땅치 않아 좁다란 길 위에 일렬로 서서 따끈한 수정과, 영양간식을 나누었다.
삼도봉에 도착..산을 사랑하는 사람들 안전산행을 기원하는 시산제가 진행되고 있었다. 우리팀도 하산 후 백두종주를 기원하는 시산제가 예정되어 있다고 했다. 어느새 등 뒤로 일출이 떠올라 하얀눈과 만나 눈부시게 반짝거렸다. 멀리 스키장도 한 눈에 보이고 백두대간의 눈부신 아름다움을 미쳐 감상할 사이도 없이 발길을 재촉하다 보니 배꼽시계 종이 울렸고 점심을 먹기 위해 헬기장 눈밭에 자리를 잡았다.
후미에서 여유롭게 오던 상운언니가 절벽고개에서 곡예 썰매를 타고 내려와 우리의 감탄 선물을 받았다. 한 방 스릴에 나도 스키 한 번 타보고 싶은 충동도 생겼다. 스키복 차림, 소녀 같은 얼굴 상운언니 용기와 대담성에 놀라웠다. 점심을 먹으면서 앞으로 가야할 길이 부담이 되서 자꾸만 물어봤다. 아직도 멀었단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만 해도 내 한계를 넘은것 같은데 또 끝 없는 나와의 싸움을 시작해야 하다니..
또 고된 종주시작..양 옆으로 백설기 같은 하얀 풍성한 눈에 누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풍덩 잠겼을때 총대장님의 카메가 셔터가 부지런히 움직여 주고 있었다. 눈속에서 푹푹 잠겨 빠지지 않는 다리, 오르막 길은 두 배의 에너지를 모두 쏟아 부어야 했다.
앞에 가던 선두구룹은 어느새 꽁무니도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 사력을 다해 스퍼트를 내야만 했다. 가도가도 끝도 보이지 않고 그냥 주져 앉고 싶은 생각만 간절했다. 그때 양지바른 곳이 눈에 들어왔다. 눈도 녹아서 마른 낙엽들만 사각거리는 곳에 엉덩이 쭉 깔고 앉아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곳에서 시간 체크 해주었던 은창 휴대폰도 어디 떨었졌는지 없단다. 400 여개의 거래처 정보가 들어 있다는데 휴대폰이 주인을 찾아오면 좋겠는데 깊은 산중 백두대간이라 안타까운 일이다.
열심히 거북이 걸음으로 쉼 없이 가다보니 꽁무니도 보이지 않던 선두그룹을 만났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절벽 코스에서 시간이 지체되고 있었기 때문.. 너무 무서워 내장이 다 내려 앉는것 같았지만 차분히 밧줄에 의지한 채 안전하게 내려왔다. 절벽코스는 무사통과 했는데 눈이 너무나 많이 쌓인 고개에서 앞에 가던 재숙언니가 꽝, 나도 꽝 셀 수 없을만큼 꽝꽝 거리며 넘어졌는데 역시 많은 눈이 쿠션역할 해주어 부상은 없었다.
올해 눈 풍년이라더니 내 눈속에 마음에도 눈 풍년으로 가득 물들었다. 이젠 참고 참았던 신성한 행사를 하는 시간..호랑이 언니와 마주보며 시원하게 해결하고 기분좋게 일어서다 그만 마른나뭇가지에 제대로 한 방 찔렸다. 지금까지 조심했는데 이게 뭐람.. 다행이 눈을 다치지 않아 위안을 삼았는데 눈 밑 상처는 몇일 치료해야 할것 같다. 산에서는 호랑이가 수호신 역할을 한다는데 오늘 호랑이 언니는 제 역할을 충분히 못한것 같다. 종주때 마다 이렇게 훈장 같은상처 하나씩 얻으니 이러다 내 몸 성한데 하나도 없겠네.
많은 신선한 산 공기가 콧속을 타고 들어와 콧물도 쉴 새 없이 흘렀다. 얼마나 많이 코를 풀어댔는지 코 밑이 다 헐었고 얼굴도 까실까실 얼어버렸다. 몇개 시도를 달리하며 걸어온 산 길..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드디어 달콤한 소식이 우릴 반겼다. 저 멀리 시원하게 뚫린 도로가 한 눈에 보이고 조금만 힘을 내면 목적지에 닿을 수 있었다. 새벽부터 달려온 길에도 이렇게 사나운 칼바람은 없었는데 마지막 한 시간을 남겨 두고 내려오는 길에 만난 칼바람은 당장이라도 사람을 집어 삼킬듯, 눈을 제대로 뜰수 없을만큼 매서웠다. 발이 도착지점 땅에 닿는 그 순간 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드디어 칼바람을 맞싸워 간절하게 원하던 도로에 발이 닿았다. 휴~ 안도의 한 숨이 나왔고 가슴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울컷 솟았다. 등산장비를 꼼꼼 정리하고 옆을 보니 돼지머리가 방글거리고 있었고 떡, 막걸리, 김찌찌개가 보글보글 끓여지고 있었다. 총대장님을 비롯해 백두대간 안전종주를 기원하는 시산세 의식이 진행되었고 나도 언니들 따라 꾸벅 절을 했는데 언니들 처럼 절하는 폼도 그렇고 딱딱 맞추지도 못하고 너무나 어색했다. 시산제가 끝나고 김치찌개로 속을 달래며 하루 피곤을 덜어냈다.
올라오는 버스에 오르자 난 기자(기대며 자는)가 되었다. 사방에서 고막을 찢을듯 드르렁 코 고는 소리를 들으니 하루가 얼마나 고단했는지 짐작이 되었다. 잠깐 사이 중간휴게소에 도착.. 호랑이 언니가 피곤한 하루따뜻한 쌍화탕으로 달래고 싶다며 내게도 쌍화탕을 권했다. 따뜻한 원두커피가 그리웠지만 꾹 참고 쌍화탕 한 병을 들이키고 또 눈을 감았다 뜨니 안양에 도착했단다.
대원들 얼굴은 하나처럼 하얀 눈빛에 보기 좋게 그을려 구리빛을 내고 있었다. 그 얼굴엔 뭔가 해냈다는 강한 자부심이 숨어 있었다. 집에 도착.. 등산복 세탁을 마치고 뜨거운 물에 몸을 녹이며 고단했던 하루을 돌아보았다. 칠십리 들어간 눈, 눈 밑 상처, 입술은 쿤타킨테 처럼 부풀어 오르고, 헐어진 코, 얼어버린 새빨간 얼굴, 전신에 놀고 있는 수 없는 알들..혼자 이겨내느라 애쓴 흔적이 고스란이 묻어 나왔다. 10시간 이상 산속에서 사투는 내가 아니었고 믿을 수도 없다.
그래도 참으로 감사한 것은 큰 부상없이 살아 돌아 왔다는 것, 또한 끈끈한 동료애에 눈물이 난다. 하지만 자꾸만 한계에 부딪는 소리가 크게 다가오고 체력뿐 아니라 마음에서도 경고음을 내고 있다는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매번 종주때 마다 뼈를 깎는 인내를 극복하고 있지만 이번 역시 정말정말 너무 힘들어 그 순간 하나하나 다 표현하기 힘들다.
어떤 분이 내 후기를 보며 너무나 가슴 짠해 눈물 흘리며 읽는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늘 때 나를 아끼고 사랑해 주는 마음에 내 마음도 같이 울었다. 여기까지 견디어 주고 있는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며 격려 해주고 싶다. 10시간 쉼 없이 운전해 준 다리, 스틱을 잡았던 빠질듯 한 어깨와 팔..충분한 휴식을 줘야겠다. 백두대간 10차 구간을 너무나 힘겹게 마쳤다. 다음엔 정말 화려한 잠수함 예약이다.
백두대간 종주대원 여러분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