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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몽이 불러온 참사^^

싱싱돌이 2017. 4. 22. 11:07

청자몽이 불러온 참사

전옥자 수필가

2017년 04월 21일(금) 20:05 [안양시민신문]

 

 

 

↑↑ 전옥자 수필가

ⓒ 안양시민신문

 

요즘 청자몽이 제철이다. 청자몽은 봄철 요맘 때 반짝하고 사라지는 수입 과일이다. 마트직원도 매력덩어리 청자몽을 맛보게 해주려고 홍보에 안간힘을 쏟는다. 청자몽은 크기만 보더라도 수입 과일 중에 왕으로 꼽을만하다. 마트에서 고민할새 없이 청자몽 세 개를 바구니에 담았다. 홍자몽은 달콤쌉쌀한 맛인데, 청자몽은 어떤 맛일까 마음이 급했다.

집으로 돌아와 꺼다란 자몽껍질을 벗겼다. 금방 하얀속살을 드러낸 청자몽은 달콤한 꿀향기에 꿀과즙이 뚝뚝 떨어지고 쌉쌀한 맛도 그만이었다. 이렇게 매력적인 맛인데 안 샀으면 후회할 뻔 했다. 그런데 벗겨놓은 껍질을 보니 한 바구니였다. 그때 호기심 발동이 문제였다.

귤껍질이나 자몽껍질은 유분기가 많아서 불이 잘 붙는다는 속설이 떠올랐다. 호기심 많은 나는 바로 실험에 들어갔다. 가스불을 껴고 자몽껍질을 갖다대는 순간 지지직 소리를 내며 금방 불이 붙었다. 정말 놀라운 결과였다. 자몽껍질 타는 냄새는 낙엽타는 냄새처럼 향기로웠다.

실험 성공에 흐뭇해면서 바로 불을 끄고 자몽껍질은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런데 어디선가 타는 냄새가 짙어가고 급기야 온 집안에 연기가 자욱했다. 연기가 나는 곳을 쭉 따라가보니 쓰레기통에서 연기가 펑펑 솟기 시작했다. 조금 전에 버린 자몽껍질에서 불씨가 되살아난 것이다. 마른 쓰레기였던 탓에 불은 순식간에 번졌고 금방이라도 집안을 집어삼킬 태세였다.

나는 당황한 나머지 “불이야!”를 외치고 현관문을 열었다. 위급한 상황에서도 소방훈련 때를 떠올리며 소화기를 집어들었다. 소화기 사용법은 문제없었지만 그것도 부족해 물 한 바가지를 퍼붓고나서야 완전히 불씨를 잡았다.

불이 다 꺼진 걸 확인했는데 이렇게 불씨가 살아날 줄 몰랐다. 사소한 호기심에 정말 초가삼간 다 태울뻔했다.

얼마전 강릉에서도 큰 산불이 나서 겨우 불길을 잡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할머니 산소가 있는 낙산사에도 큰불로 인해 많은 시간동안 복구를 했다. 그때 산불이 난 양양 산에 가보면 푸르던 나무들이 새까만 옷을 입고 힘들어 하고 있다. 어떤 나무들은 회복할 기미조차 안 보여서 참 애처롭다.

건조한 봄엔 산불이 자주 발생한다. 사람들이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도 산불위험을 높인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강산 푸르게 하는데 나도 기여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오늘 마트에 가보니 청자몽이 보이지 않는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제철이 끝나서 지금은 안 들어 온단다. 제철 청자몽 먹기에는 성공했으나 호기심이 불러온 결과는 엄청났다.

이번 참사로 얻은 교훈 “꺼진 불도 다시 보자”을 새기며 잠들기 전에 구석구석 꼼꼼히 점검을 한다.

안양시민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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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큰일 치르실뻔 했군요. 인류의 발전과 역사에는 늘 호기심이 함께 했다고 합니다. 호기심은 인간에 기본적인 당연한 욕구인 듯 합니다. 전 나이 먹어 호기심은 점점 줄고 우려와 부정적인 생각들이 가득해져 불안합니다. 호기심 잃지 마시고 이거저거 많이 해보시고 다니시고 창조해내시길...<이*희>

 

<홍*심>

글읽는데 심장이 쿵쿵~ 초원님 얼마나 놀라셨나요~ 세상에나 자몽으로 그런일이 있었다니요. 자몽, 잊을 수 없게 만드는 사건이 생긴거네요~내년엔 청자몽맛 좀 봐야겠어요~ 먹을때마다 초원님 생각이 나겠어요~^^정말 어디에서나 도사리고 있을 위험들, 꺼진 불도 다시 보고 살아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