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여행앨범◑
2008, 태안기름유출 자원봉사를 다녀와서
싱싱돌이
2009. 4. 3. 14:45



2008. 3/8 [태안 기름봉사를 다녀와서]
태안 기름유출 자원봉사에 다녀왔다. 밤새 가뭄의 단비가 촉촉 내리더니 아침이 되어도 그칠줄 몰랐다. 언제부터 마음 먹었는데 이제서야 봉사를 떠나다니 부끄러웠다. 그동안 바다에서 받은 선물이 얼마인데 조금이라도 마음의 빚을 내려놓고 싶은 마음으로 태안으로 달려갔다. 소원면 구름포 해수욕장에 도착하니 주차장도 질퍽질퍽..노랑, 회색, 하얀색의 방제복을 입은 자원봉사들의 손길이 한 자리에 모여들었다.
우리팀도 회색 방제복으로 탈의를 하고 장화와 마스크, 고무장갑을 끼고 안내요원을 따라 바다로 향했다. 줄기차게 내리던 보슬비도 잠시 멎은 상태.. 언제나 고향처럼 안아주던 바다였는데 구름포 해수욕장은 달랐다. 톡 쏘는 기름냄새가 진동을 했고 바위마다 시커멓게 매달려 있는 검은 기름덩어리들..내리는 빗물로 기름은 자꾸만 바다로 스며들고 있었다. 파란바다에 철썩 부딪는 파도소리의 낭만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바위마다 빈틈없이 반질반질.. 이미 많은 봉사자들의 손을 거쳐 바위가 닳아지게 닦아낸 흔적 보이지만 또 다시 수건을 대니 끝없이 나오는 기름덩어리..
우린 다른 봉사자들의 손이 미치지 않은 곳에 꼬챙이를 이용 꼼꼼히 제거에 들어갔다. 역시 몇번의 기름 자원봉사 경험이 있는 은창이는 달랐다. 온 몸으로 구석진 곳곳을 파헤치니 혀를 내두룰 정도..바다야? 산유국이야? 기름이 우물처럼 그대로 고여 있었다. 수건마다 척척 시커멓게 엉겨 붙어 나오는 기름덩어리를 보니 정말 슬퍼졌다. 하루 이틀..아니 한 달..일 년을 닦아내도 예전의 파란바다의 모습으로 돌아와 줄지? 처음 기름유출 뉴스를 접했을때 참으로 엄청난 재앙 앞에 할 말을 잃었는데 직접 눈으로 보니 맥이 턱 빠지고 심장이 멎는것 같았다. 새파랗던 바다가 시커멓게 죽어서 아파하고 있었다. 언제쯤 갈매기 끼룩 날으고, 넘실 거리는 파란바다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그냥 가슴만 답답했다.
기름옷을 덮어쓰고 날지 못하는 가엾은 철새의 퍼득거렸던 모습이 아직도 너무나 선명해 미약한 힘 모두 쏟아부었지만 작업은 더디기만 했다. 한 자리에서 기름을 걷어 내는데만 한 나절이 걸렸다. 이런 안타까운 풍경이 못내 가슴 아파 봉사의 손길을 놓지 못한다는 은창이.. 왔다가도 마음이 편하지 못하고, 닦고 또 닦아도 끝없이 나오는 기름..오늘 왔다가면 내일 또 와야 할것 같고 마음이 착잡하다고 말했다. 오늘 그 자리에서 그 광경을 지켜 본 누구나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변고문님 회사 직원 자녀 세 명도 고사리 손으로 기름제거에 나선 모습이 예뻤다. 하루아침에 까맣게 죽어가는 바다를 어린 마음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지?
정신없이 기름을 제거하다 보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다.산악회에서 기가 막힌 특별식(점심)을 준비했다. 산나물, 김치찌개, 생채 김등...꿀맛 점심과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마음이 급해 또 기름제거에 들어갔다. 바위마다 개미처럼 붙어 땀 흘리던 자원봉사들이 하나 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바닷물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하늘에서도 비를 뿌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쉽고 안타까워 쉽게 발걸음 떨어지지 않았지만 다음을 약속해야만 했다. 작업을 끝내고도 자꾸만 어두운 바다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올라오는길..그쪽 어민이 운영한다는 조개집으로 향했다. 제철 아니라 새조개, 주꾸미 가격은 상상을 넘고 있었지만 어민 배려하는 마음으로 총대장님이 후한 인심까지 쓰셨다. 변고문님이 가져오신 고급양주잔이 돌았다. 어떨결에 두 잔을 벌컥 마셨더니 피곤이란 녀석이 힘껏 껴안았다. 쓰지 않던 근육들이 놀랐는지 팔 어깨도 아프다. 큰언니, 재숙언니, 상운언니와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며 중간 휴게소에 도착했다. 하루종일 비가 오락가락 바람도 불고 추웠다. 그때 총대장님 쏘아주신 따뜻한 간식 호두과자와 군밤이 길 막히는 지루함을 달래주었다.
안양에 도착.. 어둠이 내린지 오래...다정한 상운언니가 날 가만히 안아주셨고 변고문님은 어제 서천밭에서 따온 시금치 한 보따리씩 나누어 주셨다. 집에 오니 빗방울 소리가 자장가 처럼 들리는 밤. 자꾸만 태안바다 어두운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지금까지 수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다녀갔고, 앞으로 이런 예쁜 마음이 모아진다면 태안 바다 곧 새파란 맑음을 선물할거라 믿는다.
그후 매년 그 다 소식을 들었다
많ㄹ은 봉사자들, 바다가살았나지만 아직도 휴유증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안양TS산악회 응원댓글
싱싱돌이님 넘 수고하셨습니다..참여해주시어 감사드리고여.. 08.03.24 12:30
아름다운 마음들 모아주셔서 참 고마웠구요~소중한 경험을 했습니다.. 함께 고생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08.03.26 19:55
휴일을 반납하고 같이 움직여 하루를 보냈네요. 늘 닉네임처럼 밝고 맑은것 같아서 참 보기 좋아요.어제 걱정어린 그 모습이 또 어찌그리 선하고 맑던지요. 아프지 말고 늘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자주 보아요.사랑해요. 08.03.24 17:39
ㅎㅎ상운언니 고생 많으셨어요^^~..저두 사랑해요^^ 08.03.26 19:56
바위아래 모래알 속에 덕지덕지 풀바르듯 까만 기름덩어리들 뒤돌아오는 마음 내내 아려왔네요.. 08.03.24 18:14
고생 많으셨습니다^^..안타까운 마음.. 바람, 물에게 부탁해야 할까요^^? 사람이 감당하긴 넘 크지요^^~? 08.03.26 19:59
수고들많으셨어요 고운마음과 마음이 모아져 해냈네요 우리의바다를지키려는 따뜻한 마음들 정말 수고많으셨습니다 싱싱돌이님 후기글 감동깊게 잘보았습니다 08.08.02 16:13
솔바람 : 향기님과 아름다운 분들 덕에 태안 바다가 예전처럼 금방 아름다워지길 바라고 믿습니다. (2008-03-24) | ||||
초원의향기 : 참 아름다운 손길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으니 솔바람님 말씀대로 곧 예전의 파란바다 모습을 볼 수 있을거라는 희망을 품어봐요~^^ (2008-03-25) | ||||
풀꽃향기♣ : 아고, 글을 읽으니 마음이 무겁네요. 다녀 온 사람들은 안타까운 마음에 또 봉사 길에 나서게 된다는 말씀에 찡해져요. 그런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으니 꼭 푸른 바다로 다시 날거에요. (2008-03-25) | ||||
설우 : 뜻깊은 봉사활동을 다녀오셨군요. 함께한 분들의 노고가 아름답습니다. (2008-03-26) | ||||
초원의향기 : 태안 바다 처음 가 보고 참 놀라웠어요~^^ 시꺼멓게 죽은 바다 예쁜 마음들이 곧 새파란 바다로 돌려 주실거라 믿어요~^^.. (2008-03-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