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인문학을 다녀와서-동구릉 조선역사 잠들다
[길 위의 인문학을 다녀와서-동구릉 조선역사 잠들다]
♡ 언제 : 2015. 10.12(강의), 13일(탐방: 구리시 동구릉)
♡ 코스 : 수릉-현릉-건원릉-목릉-휘릉-원릉-경릉-혜릉-숭릉
♡ 참여 : 27명
♡ 진행 : 홍미숙 수필가
일반부 박달도서관 전옥자
문화체육부 주최, 한국도서관협회 주관 "길 위의 인문학 탐방-동구릉 조선역사 잠들다"에 다녀왔다. 원래 6월에 계획했으나 때마침 몰아친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로 인해 “10월 12일-13일(이틀간)” 으로 미뤄졌었다.
어제는 동구릉 전반적인 역사 강의를 수필가 홍미숙선생님이 해주셨고, 오늘 탐방에서도 선생님의 친절한 안내를 받았다. 사전 강의를 통해 탐방지를 미리 숙지 한탓인지 오늘 탐방은 호기심으로 가득찼다. 따사로운 햇살아래 좋은사람들과 함께라서 즐거움은 두 배가 되었다. 박달도서관이 “길 위의 인문학”으로 선정된 것도 기쁨이었다. 박달도서관에서 수필강의를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이 사업에 동참하게 되었다. 요즘 내 속에 뜨겁게 달아오른 역사를 더 깊이있게 알 수 있는 기회를 잡은것 같아 더욱 달떴다.
2015. 10. 12 화요일 경기도 구리시에 위치한 동구릉으로 향하는 날 발에 리듬을 단 듯 마냥 신이 났다. 하늘은 티없이 맑았고 참가자들 얼굴도 설렘으로 가득했다. 출발하는 순간부터 도서관 배려는 컸다. 따끈따끈한 떡에 예쁘게 포장한 간식까지 두루 챙겨주었다. 거기다 박달 도서 관장님이 낭송해준 가을 시 한 편은 우리들 가슴을 낭만으로 녹였다. 짝꿍과 조잘조잘대며 동구릉에 도착했다. 파란 하늘을 보니 가슴이 뻥 뚫린 듯 좋았다.
왕릉이 눈앞에 영화처럼 펼쳐지자 자동으로 경건한 마음으로 돌아갔다.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귀를 쫑긋 세우고 선생님 뒤를 따랐다. 왕릉을 봉분 가까이에서 보고 싶은 마음으로 들떴는데, 동구릉 관리실에서는 선생님의 간곡함에도 봉분 가까이에서 관람은 어렵다며 단호한 답만 내놓았다. 미리 우리의 간절함을 전했더라도 그런 답이 돌아왔을까? 사전에 우리 사업 내용을 전하고, 조율했더라면 조금은 효과적으로 봉분을 관찰해볼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았을까? 물론 도서관쪽에서는 공문도 보냈고 나름 노력했다는 말을 들었지만 관리실에서는 연구하는 분들만 입에 올리며 한사코 거절을 해 선생님을 지켜보는 나도 기운이 쭉 빠졌다. 결국 먼발치에서 왕릉을 감상하고, 느끼고 해야했지만 상상속 왕릉을 이렇게라도 만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거기다 역사수필을 쓰고 계시고, 전국 왕릉에 바친 시간이 많은 홍미숙 선생님의 해설은 마음에 쏙 들었다. 일반 해설가처럼 유창하지도 장황하지 않고, 중요한 포인트만 콕콕 짚어주는 생생한 해설은 귀에도 쏙쏙 들어왔고, 왕릉을 효과적으로 감상하는데 크게 기여해주셨다. 동구릉엔 입구부터 예쁜꽃들이 마음을 붙들었다. 하늘하늘 날아다니는 잠자리는 짝짓기에 여념이 없었고, 꽃 위엔 벌들은 윙윙 찾아들고, 노랗게 익어가는 단풍나무, 뻥뚫린 숲길 등 아름다운 경관에 홀딱 반하고 말았다.
또한 동구릉엔 9개 릉(수릉-현릉-건원릉-목릉-휘릉-원릉-경릉-혜릉-숭릉)이 비슷비슷해 보였으나 관심을 갖고 관찰해보니 조금씩 차이도 느껴졌다. 익살스러운 표정의 현릉 문인석의 조각이 매우 인상적이었고, 무엇보다 건원릉의 봉분에는 은빛 억새풀이 넘실대고 있었다. 왜 봉분에 잔디가 아닌 억새풀이 저리도 넘실댈까 너무나 궁금했는데, 그 이유를 들었다. 말년에 고향을 그리워하며 그곳에 묻히기를 원했던 태조를 위해 태종이 태조의 고향 함경도 영흥의 흙과 억새를 가져다 건원릉 봉분에 심었다고 한다. 정말일까 갸우뚱 하면서도 역사속으로 빠져들수록 재미를 더했다. 목릉으로 진입하는 길옆 정취도 그만이었고, 발밑에 툭툭 밟히는 도토리, 빨갛게 익은 산수유는 동구릉에서만 맛볼 수 있는 가을선물이었다.
“아 좋다좋다 연발하면서 다음에 또 와야지”를 생각하지만, 그동안 경험상 한 번 갔던 여행지를 다시 찾아가기란 쉽지 않았다. 오늘 나는 탐방을 최대한 즐기자며 누구보다 동분서주 뛰어다녔다. 눈에도 마음에도 열심히 담고 또 담고 하면서 최대한 즐겼다. 자연속에서 주변에 모든 것들이 내 삶을 풍요롭게 해줄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행복 아닐까? 인문학 탐방에서 소중한 또 하나의 추억이 생겼다. 함께 떠났던 27명 모두 저마다 가슴에 뿌듯함이 크게 차올랐을거라 믿는다.
이런 사업이 점차 확대되고 홍보가 잘된다면 오늘 내가 받았던 특별하고 가슴 벅찼던 순간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을텐데... 왠지 혼자만 이런 특별한 누림이 미안해지는 날이었다. 그리고 그날은 도서관협회에서 배우 조인성 씨를 닮은 직원이 동행하면서 우리들의 생생한 모습을 사진에 담아주셨다. 덕분에 그날 추억선물을 가득 받았다.
왕릉에서 떨어지는 햇살~